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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 손가락 포스터’ 논란, 언론이 키운 페미니즘 백래시
등록 2021.06.28 11:35
조회 5659

2018년 서지현 검사의 검찰 성추행 은폐 사건 고발로 촉발된 미투운동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성폭력, 차별이 만연하다는 현실을 보여줬습니다. 미투운동은 페미니즘을 한국 사회 담론으로 확장했고, 온·오프라인에서 페미니즘 운동이 본격화됐습니다. 그러자 성평등을 향한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성 공격으로서 ‘백래시’가 등장했습니다. 성평등 운동이 일으키는 변화로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이들의 반발 현상을 말합니다.

 

백래시는 성폭력 피해자를 공격하거나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보도 등 언론을 통해서도 확산됐습니다. 지난 5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벌어진 이른바 집게 손가락 포스터논란 역시 백래시 확산 계기가 되었는데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제공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서비스 빅카인즈를 이용해 ‘백래시’가 포함된 보도를 검색한 결과 1월부터 4월까지 28건에 그친 보도량은 5월에 61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집게 손가락 포스터 논란이 미친 결과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GS25 집게 손가락 포스터 논란 보도를 사례로 언론을 통해 백래시가 확산되는 방식을 분석했습니다.

 

월별 '백래시' 언급 보도량.JPG

△ 월별 “백래시” 언급 보도량(1/1~5/31) ©민주언론시민연합

 

GS25 대응하자 보도량 급증, 비판 없이 논란만 전달

빅카인즈에서 5월 1일부터 6월 13일까지 “GS25”를 검색한 뒤 집게 손가락 포스터 논란 관련 보도를 추린 결과, 336건의 보도가 확인됐습니다. 날짜별 추이를 보면 두 번의 사건에서 보도량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됩니다.

 

첫 번째는 46건 보도가 있던 5월 3일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집게 손가락 포스터 논란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GS25 측이 사과문을 게재한 날입니다. 두 번째는 29건 보도가 있던 5월 31일입니다. GS25 측이 해당 포스터 디자이너에 대한 징계를 발표한 날입니다. 즉, 논란에 대한 GS25 측 대응이 있던 시점에 보도량이 급증한 것입니다.

 

GS25 포스터 관련 보도 날짜별 보도량.JPG

△ GS25 포스터 관련 보도 날짜별 보도량(5/1~6/13) ©민주언론시민연합

 

해당 보도가 GS25 포스터를 다룬 내용을 기준으로 추가분석을 진행했습니다. 분류 기준은 논란 내용을 단순 전달한 경우 ‘단순 전달’, GS25 포스터와 유사한 다른 기업 사례 등 연관 내용만 언급한 경우 ‘단순 언급’, 논란에 대해 비판한 경우 ‘비판’, 백래시를 언급하며 비판한 경우 ‘백래시 언급 후 비판’, 그밖엔 ‘기타’로 나눴습니다.

 

가장 많이 등장한 보도 유형은 논란을 ‘단순 전달’한 경우입니다. 단순 전달 보도는 전체 336건 중 153건으로 46%에 달했습니다. 이어 ‘단순 언급’ 보도가 84건, ‘비판 보도’가 48건, ‘백래시 언급 후 비판 보도’가 15건으로 각각 나타났고, 기타 보도가 36건입니다.

 

이런 결과는 언론보도 양상이 커뮤니티와 다를 바 없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제기된 논란을 그대로 전달하거나 유사한 사례를 단순 언급한 보도가 전체의 70%를 넘었기 때문입니다. 기타에 포함된 대다수 보도는 논란과 연관성이 적은 주제에 집게 손가락 포스터 논란을 단순 언급한 경우로 취재가 거의 없는 보도 비중은 더 늘어납니다. 반면 논란에 대한 비판이나 백래시를 언급한 보도는 18% 수준입니다. 논란에 대한 언론의 비판적 접근이나 분석 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결과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GS25 포스터 관련 보도 내용 분석.JPG

보도 내용

보도량

단순 전달

153건(46%)

단순 언급

84건(25%)

비판

48건(14%)

백래시 언급 후 비판

15건(4%)

기타

36건(11%)

합계

336건

△ GS25 포스터 관련 보도내용 분석(5/1~6/13) ©민주언론시민연합

 

커뮤니티와 온라인 정보 그대로 전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집게 손가락 포스터 논란은 5월 1일 UPI 뉴스 <GS25, ‘남혐 논란’에 ‘캠핑 가자!’ 이벤트 광고 수정>, 제민일보 <‘남혐 논란’ 의식?…GS25, 캠핑가자! 이벤트 중단> 기사로 처음 보도됐습니다. 이튿날 많은 언론에서 관련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는데요. 대부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기하고 있는 의혹을 복사해 옮긴 수준이었습니다.

 

머니투데이 <GS25 포스터에 ‘남혐 코드’?…불매운동 조짐에 황급한 수정>(5월 2일 이사민 기자)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GS25가 5월 중 진행하는 ‘캠핑가자(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 이벤트의 포스터에 ‘남혐 코드’가 숨어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며 손모양, 소시지, 포스터 문구, 하단의 달과 별 그림까지 의혹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조선일보 <“저 손모양 뭐냐” GS25 포스터에 ‘이대남’ 발끈한 이유>(5월 2일 장근욱 기자)는 GS25 측 사과 소식을 전하며 제목에 ‘이대남이 발끈했다’는 표현까지 붙여 같은 내용을 전했습니다. 이런 커뮤니티발 보도는 대부분 단순 전달에 그칠 뿐 의혹 진위여부를 검증하려는 시도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조선일보.JPG

△ GS25 포스터 논란에 “이대남” 표현 덧붙인 조선일보(3/15~21)

 

일부 커뮤니티 게시글을 인용한 기사 중에는 보도가치가 떨어지는 내용을 그대로 전달한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경제 <‘조윤성 사장에게 문자도 보냈는데…’ GS25 논란 후속 조치는?>(5월 3일 이미나 기자)이 대표적입니다. 한 누리꾼이 조윤성 GS리테일 대표에게 보낸 문자를 5월 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한 내용 그대로 기사화한 것으로 “A씨는 해당 문자메시지가 조윤성 대표 본인과 주고받은 것임을 확인시키기 위해 그의 프로필 사진을 인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내용에 대한 직접 검증은 없었습니다.

 

포스터를 제작한 디자이너가 사과와 함께 해명을 내놓자 또다시 커뮤니티 게시글을 옮긴 보도가 나왔습니다. 한국경제 <GS25 디자이너 “남혐 논란 오해” 해명에 “메갈 아닌 것 증명하라”>(5월 10일 이미나 기자)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GS 메갈 이미지 디자이너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라는 제목의 반박 글이 게재됐다”며 해당 게시글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당신이 메갈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세요. 처음에 메갈 논란이 생겨난 건 소비자가 아니라 당신이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원인을 제공한 당신이 메갈이 아님을 증명하세요”라는 게시글 직접 인용으로 시작한 기사는 커뮤니티 게시글과 포스터 디자이너 해명이 전부였습니다. 자체 취재가 없을 뿐더러 보도할 만한 정보인지에 대한 판단도 없습니다.

 

‘혐오 표현’이란 주장의 근거, 왜 검증하지 않는가

일부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집게 손가락 포스터 논란은 그 근거가 명확한 지부터 따져봐야 했습니다. GS25를 비롯해 다수 기업과 기관에게 의혹을 제기한 공통된 근거는 ‘집게 손가락은 의도적’이라는 주장입니다. 집게 손가락이 특정 커뮤니티 상징이었고, 그 주장에 동의한다는 의미를 담아 상징을 넣었다는 것입니다. 수차례 특정인 모욕이나 비하 등 행위로 논란된 극우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상징 문제와 동일한 시각입니다.

 

이런 의혹 제기가 유효하려면 상징의 보편성 여부를 따져봐야 합니다. 대부분 쓰지 않는 표현이나 상징임에도 혐오 목적과 의도를 갖고 사용했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집게 손가락의 경우 ‘작음’, ‘적음’, ‘짧음’, ‘조금’, ‘섬세함’ 등을 뜻하는 보편적인 표현입니다. 논란을 촉발한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집게 손가락을 상징으로 사용한 것도 남성 성기가 ‘작음’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썼기 때문입니다.

 

즉, 집게 손가락은 메갈리아의 상징이기 전에 ‘작음’ 등을 표현하는 보편적 손동작이므로 혐오 의미를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 근거 없이 일부 커뮤니티에서 주장한 것처럼 ‘남성에 대한 조롱과 멸시에 동조하는 뜻’으로 사용됐다고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경향신문 <위근우의 리플레이/메갈만물설, <놀면 뭐하니?>의 ‘MSG 워너비’는 어떻게 메갈에 오염되었는가>(5월 7일 위근우 칼럼니스트)는 온라인 커뮤니티발 주장을 다른 프로그램에 대입해 근거가 부실함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보도가 일부 커뮤니티 주장을 그대로 옮겼고, 이를 ‘남성혐오’로 표기했습니다. 혐오 근거가 부실한데도 검증조차 하지 않은 언론 보도가 허구의 혐오를 키워준 셈입니다.

 

오히려 온라인 커뮤니티 집게 손가락 포스터 논란은 페미니즘 담론에 대한 거부감이 담긴 반발성 공격, 백래시로 봐야 했습니다. “남성에 대한 혐오도 빈번하게 존재한다”는 주장을 통해 페미니즘 담론이 틀렸다고 공격하기 위한 용도로 등장한 것입니다. 여성신문 <성차별 말하는 데 왜 역차별 꺼내드나>(2019년 11월 8일)에서 이나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역차별 주장에 대해 “집단적으로 차별이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피지 않고 개별적인 사안으로 환원 시켜 구조적인 차별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라고 해석했습니다.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2019년 개봉했을 당시 나온 “역차별” 주장뿐 아니라 집게 손가락 포스터 논란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분석입니다.

 

정작 필요한 ‘비판 보도’는 적었다

물론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된 집게 손가락 포스터 논란에 대한 비판 보도도 있습니다. 논란에 대한 비판이 담긴 보도는 48건(14%)이었는데,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낸 건 아니었습니다. 해당 보도의 비판 대상을 집게 손가락 포스터 논란을 주도한 ‘남성혐오 주장 세력’과 포스터 논란 그 자체인 ‘현상’ 두 가지로 나눠봤습니다.

 

분류 결과 현상을 비판한 보도가 29건으로 60%를 차지했고, 남성혐오 주장 세력에 대한 비판은 19건으로 40%를 차지했습니다. 전체보도에서 소수였던 비판 보도 상당수도 집게 손가락 포스터 논란 이후 벌어진 현상에 주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성평등 인식 차이로 논란을 낳은 이번 사건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짚는 보도가 적었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GS25 포스터 관련 비판 보도 내용 분석.JPG

보도 내용

보도량

남성혐오 주장 세력에 대한 비판

19건(40%)

현상에 대한 비판

29건(60%)

합계

48건

△ GS25 포스터 관련 비판 보도 내용 분석(5/1~6/13) ©민주언론시민연합

 

절반 넘는 현상에 대한 비판 보도 역시 논란의 핵심을 비켜간 내용이 많았습니다. 언론이 다양한 각도에서 충분한 검증을 통해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제기한 의혹을 확인하고, 근거 여부를 살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입니다. 소수자, 약자에 대한 혐오가 담긴 주장일 경우 그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언론은 비판적 관점으로 접근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상을 비판한 보도 대부분은 갈등이 벌어진 것 자체를 문제 삼았습니다. 경인일보 <오늘의 창/청년들의 젠더갈등 해법은 ‘존중과 배려’>(5월 19일 민웅기 기자)가 대표적인데요. 경인일보는 포스터를 문제 삼는 주장에 합당한 근거가 있는지는 따지지 않은 채 “한동안 잠잠했던 젠더갈등 문제가 GS25 남혐 포스터 제작 논란 등을 계기로 다시금 우리 사회를 광풍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남녀 간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과 배려를 실천하면 된다”면서 “페미니즘이니 이퀄리즘이니 하는 어려운 말은 하지 않겠다”, “고귀한 생명이 태어나려면 남녀가 사랑을 해야 하고, 사랑을 하려면 이성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인일보 같은 비판 보도는 언뜻 보았을 때 ‘갈등은 없어야 한다’와 같이 큰 틀에서 타당한 주장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의 본질이 백래시에 닿아 있고, 그 근거가 부실하다는 점에서 양측을 모두 비판하는 양비론은 성립되기 힘듭니다. 이런 비판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만들어진 부실한 담론을 인정해주면서 일방적 주장을 갈등으로 치환해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우려가 큽니다. 문제 본질을 짚는 정확한 비판이 아닌 것입니다.

 

‘혐오 주장’ 근거 부족 짚은 언론도 있다

경향신문.JPG

△ 집게 손가락의 보편성을 강조한 경향신문(5/4)

 

반면 서울신문 <이동구 칼럼/어쩌다 손가락이 혐오의 상징이 됐나>(5월 12일)는 포스터 논란의 이유인 집게 손가락의 보편성을 짚었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서양인들은 상대방을 모욕할 때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세계인들은 검지와 중지를 펼쳐 ‘승리의 V’자로 사용한다”라며 손을 사용한 표현의 중요도는 보편성에 있다고 강조한 서울신문은 “한국 20대 남성은 집게 모양의 손가락을 남성을 비하, 조롱하는 혐오표현으로 받아들인다니 의아하다”며 집게 손가락을 이유로 한 논란의 근거 부족을 지적했습니다.

 

경향신문 <이슈있슈 SNS/‘집게손 모양’은 다 남성 혐오?…누구를 위한 논쟁인가>(5월 4일)은 더 집중적으로 논란을 다뤘습니다. “논란의 중심이 된 손가락 모양은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물건을 집는 흔한 모양”이라고 설명한 경향신문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다수 인물이 같은 손동작을 한 모습을 보여주며 “누구나 하는 흔한 손 모양을 한 이들은 모두 ‘남성혐오’에 동조하는 것일까요?”라고 되물었습니다. 앞선 백래시 사례와 달리 “GS25 포스터 논란으로 시작된 백래시는 여성혐오에 대한 거부감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여성혐오의 대항마로 ‘남성혐오’라는 실체 없는 무기를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또한 “현실에 기반을 두고 현실의 차별과 폭력을 논해야 하는데 지금의 소모적 논쟁은 실체가 없다”, “젠더 의제 자체에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는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는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사무국장의 우려와 함께 손희정 문화평론가의 발언을 빌려 집게 손가락 포스터 논란 등이 “2018년 미투운동, 2020년 n번방 논란 등은 성범죄라는 실체가 있었고 성범죄 가해자들이 형사처벌을 받은 반면, 현재 남성 누리꾼들의 움직임은 특별한 사건에 기반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들의 미러링 ‘형식’만을 빌려온 백래시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이처럼 이번 논란을 갈등 양상으로 단순하게 보는 시각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보편적인 손가락 모양과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 상징의 유사성이 근거의 전부였고, 이런 주장이 확산되며 갈등으로 비춰질 때 벌어질 문제가 더 컸기 때문입니다.

 

기업 논리 매몰된 보도는 부적절

일부 보도는 기업 입장에서만 논란을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먼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제기된 논란을 전달하며 해당 기업 주가 하락을 우려한 경우입니다. 매경이코노미 <‘남혐’ 논란에 불매운동‧주식하락…GS리테일 어쩌나>(5월 3일 반진욱 기자)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잇따르고 주가는 장초반부터 하락세를 기록하다 4월 30일 종가보다 2.37% 하락한 채 마감했다”며 GS리테일 주가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온 논란을 그대로 전달한 뒤 “남혐 논란은 증권가와 정치권까지 옮겨 붙었다”고 덧붙였습니다.

 

1주일 뒤 매일경제 <'남혐 논란' 불거진 GS리테일, 주가 오른 까닭은?>(5월 10일 문가영 기자)는 GS리테일 주가가 “상승 전환해 사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상승률은 6.88%”라고 보도했습니다. “수요 회복에 따른 실적 기대감 반영”과 “GS리테일이 GS홈쇼핑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하게 돼 합병관련 불확실성 해소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논란 분석보다 GS리테일 주가 등락에만 몰두한 보도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대응법으로 빠른 사과를 주문한 보도도 등장했습니다. 서울경제 <기자의 눈/사과는 타이밍이다>(5월 6일 박형윤 기자)는 “GS25가 ‘남혐’ 포스터 논란을 일으킨 후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않게 대응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매서운 질타를 맞았다”며 “조윤성 GS리테일 사장은 사건이 발생하고 3일이 지나서야 사과문을 올렸다”,“GS25 점주들이 본사를 대상으로 브랜드 이미지 추락에 따른 집단소송에 나선 직후”라고 늦은 대응을 질타했습니다. 이어 “사과 타이밍을 놓치는 이유는 기업 수뇌부의 예민하지 못한 감수성 때문”이라면서 “리스크 대응에 있어서도 보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 <우리 홍보물에도 그 ‘손 모양’이? “꺼진 포스터도 다시 보자” 떨고 있는 기업들>(5월 22일 유종헌 기자), 한국경제 <'집게손' 남혐 논란 후폭풍…GS25는 결국 직원 징계 택했다/이슈+>(5월 31일 오정민·이미경 기자)도 기업의 어려움 등을 부각했습니다.

 

하지만 경향신문 <기자메모/31년 전 파타고니아는>(5월 23일 최민지 기자)은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예시를 통해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1990년 파타고니아는 “안전한 임신중지 수술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에 기부했다는 것”을 이유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공격에 나서자 항의전화를 받는 직원들에게 “의견 감사합니다. 우리는 이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해당 단체에) 5달러씩 더 기부하겠다”라고 답변하도록 주문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항의전화는 끊겼고 매출 감소는 없었”다는 내용입니다.

 

경향신문은 GS25와 유사한 논란을 겪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파타고니아의 상반된 대처법을 비교했지만 백래시 논란이 불거졌을 때 어떤 대처가 더 나은 방향인지를 묻게 했습니다. 파타고니아 사례는 단순히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에서 벗어나 혐오와 차별에 맞서며 사회적 역할을 해낸 현명한 대처방식으로 무작정 기업에게 빠른 사과를 요구하는 보도가 놓친 지점이기도 합니다.

 

GS25 논란, 무신사와 카카오뱅크로 확산

 

무신사 관계도.jpg

△ ‘무신사’, ‘혐오’가 포함된 보도 검색 결과 관계도(5/1~6/13)

 

GS25 포스터 논란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경찰청, 무신사, 현대카드 포스터 등 다른 기업·기관의 집게 손가락 포스터까지 동일선상에서 문제 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한국일보 <GS25 포스터 후폭풍…경찰 홍보물까지 논란 번져>(5월 2일 윤주영 기자), SBS <"그 손가락이네"…GS25 이어 BBQ·교촌도 화들짝>(5월 7일 이성훈 기자) 등과 같이 게시글을 그대로 전하는 보도행태 역시 반복됐습니다. 이미 커뮤니티 게시글을 검증 없이 그대로 옮긴 언론 보도가 논란을 부추기고 확산하는데 일조한 사건을 겪고도 대상만 바뀌었을 뿐 보도행태는 반복됐습니다.

 

빅카인즈를 활용해 5월 1일부터 6월 13일까지 ‘무신사’와 ‘혐오’가 포함된 보도의 관계도 분석을 보면 연관어에 ‘GS25’, ‘현대카드’, ‘경찰청’, ‘카카오뱅크’, ‘랭킹닭컴’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손가락 논란이 제기된 기업들이 등장합니다. 특히 ‘네티즌’, ‘누리꾼’ 등 출처가 드러나기도 했고, ‘에펨코리아’라는 구체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이름도 나옵니다.

 

비슷한 양상은 ‘BBQ’와 ‘혐오’를 포함한 보도 관계도 분석에서도 나타납니다. 이번에도 ‘GS25’와 함께 ‘경찰청’, ‘카카오뱅크’, ‘무신사’ 등이 등장했습니다. 역시 ‘에펨코리아’, ‘누리꾼’, ‘네티즌’이나오는데요. 무신사 사례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의혹이 제기되면 이를 그대로 옮기는 보도가 반복됐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언론이 커뮤니티발 보도를 반복하면서 집게 손가락 포스터 논란이 확산된 셈입니다.

 

BBQ 관계도.jpg

△ ‘BBQ’, ‘혐오’가 포함된 보도 검색 결과 관계도(5/1~6/13)

 

커뮤니티발 보도 문제, 고민 없던 언론

취재를 통해 정보를 찾고, 사안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보도의 기본과정입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을 중계하듯 전하는 보도는 이런 기본과정이 이뤄졌다고 할 수 없습니다. 커뮤니티 게시글은 기자가 작성한 내용이 아닐 뿐더러 그대로 옮기는 보도는 확산과 재생산 외에 다른 가치를 찾기 어렵습니다. 언론은 게시글을 기사화하기 전 보도가치부터 판단해야 합니다.

 

정영희 고려대학교 언론학 박사는 미디어오늘 <‘GS25 남혐 논란’, 존재하지 않는 가해자 찾기 위한 광기>(5월 19일 노지민 기자)에서 “일반인들의 평범한 제스처에 갈등적 의미를 부여해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위축시킨 보도행태는 오늘날 언론이 윤리적으로 심각하게 추락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커뮤니티발’ 보도에 대해선 “진실여부와 책임을 불특정 집단의 탓으로 돌리는 전형적인 책임회피 방식”이라 비판했습니다. 집게 손가락 포스터 논란 이전부터 고민 없이 커뮤니티발 중계 보도를 해왔고, 이후에도 반복하고 있는 언론이 깊이 반성해야 할 대목입니다.

 

‘백래시’ 확산에서 직접 주도하는 보도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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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에 대한 판단 없이 전달에 치중한 한국경제(6/22)

 

일부 보도는 사례에 대한 판단 없이 ‘일방적 주장’을 ‘남성혐오’로 정리하거나 ‘여성혐오’를 강화시키며 백래시를 확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주도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 <“왜 남자만 화장실서 체육복?” 성평등 예민한 10대 교실풍경>(5월 1일 원우식 기자)은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남학생들이 동참해야 한다”고 양성평등을 가르친 교사가 “선생님 메갈이에요?”란 질문을 받았고, 여학생에게 교실을 탈의실로 배려하자고 제안하자 “선생님도 페미니스트냐”며 항의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페미니즘에 반발해 ‘역차별’을 강하게 주장하거나,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남학생이 늘어”났고, “남·여학생들이 모두 성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학생들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경제 <“쌤 페미죠. 와, 페미다!”…남학생들 놀림 받는 여교사의 사연>(6월 22일 양길성·김남영 기자)도 유사합니다. 성평등 수업에서 “여성이 가사노동을 전담하고, 경력단절을 겪는 것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의하자 “쌤 페미(페미니스트)죠. 와, 페미다!”라고 놀림 받는다는 교사 A씨 사연을 전한 내용입니다. 한국경제는 “취업, 내집 마련 등이 어려워져 남녀가 과거보다 더 치열하게 경쟁하다보니 서로간의 이해와 양보는 사라지고 있다”는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교 교수 발언을 통해 보도에서 언급한 사례를 젠더갈등으로 정리했습니다.

 

조선일보·한국경제, 판단 없이 ‘갈등’으로 단정

학생과 교사 사이에서 페미니즘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은 충분히 사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판단 없이 단순히 ‘갈등’으로 치부하는 보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조선일보, 한국경제에서 언급된 사례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비하 의미로 사용한 경우입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는 해당 표현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고 해당 사례를 ‘갈등’으로 단정했습니다.

 

갈등 사례로 언급한 내용 역시 실존하는 문제인지, 실존한다면 “역차별”로 쓰는 것이 적절한 지도 따져보지 않았습니다. 언급된 갈등 사례는 대부분 교사가 성평등 관점에서 사회문제 해결을 제시하자 반발한 경우입니다. “역차별”로 표현된 사례도 페미니즘 담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나온 성별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나 혐오범죄 수준과는 거리가 멉니다. “역차별”이란 표현보다 성별에 따른 다른 기준에 대한 불만 정도에 가깝습니다. 애초 차별 사례로 보기 힘든 경우입니다.

 

2018년 4월 용화여고에서 시작된 ‘스쿨 미투’는 학생들이 성희롱·성차별을 당했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전국 20개 학교에서 성추행 폭로로 이어졌습니다. MBC <‘성추행 교사’ 14명이 교단 서는 학교… 끝나지 않은 ‘스쿨 미투’>(2월 23일 양소연 기자)는 “학생들에게 가장 안전한 울타리였어야 할 학교에서 오히려 차별과 혐오, 폭력이 일상처럼 벌어졌고 더구나 그 가해자가 교사라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MBC는 피해 학생들이 가해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성추행 피해들을 반복하며 진술했지만, 가해교사들의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여전히 교단에 서는 교사도 14명이나 된다고 전했습니다. 학교 내 페미니즘 담론 논의가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 사례입니다.

 

“역차별”이란 주장을 다룰 때 언론이 사안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하지 않을 경우 페미니즘 담론에 대한 백래시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동일한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는 문제를 나열해 보도하게 되면 근거가 없는 백래시 시도가 정당한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학생 성차별’ 부분 부각한 조선일보, 정말 그럴까

조선일보는 성평등 교육을 위한 분석결과도 왜곡했습니다. <“학교 생활지도 성차별적” 남학생 83% 여학생 73%>(2020년 1월 28일 최원국 기자)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초중등 성평등 교육의 요구 현실과 활성화 방안>(2019) 보고서 설문조사를 다뤘는데요. 조선일보는 “전국 중·고교 남학생 10명 중 8명이 학교의 복장지도와 생활규율에 대해 성차별이 있다고 답했다.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성차별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남학생 중 생활지도에서 성차별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83.3%로 여학생(73.8%)보다 높았”다며 “남녀다툼에서 남자에게 더 많은 벌점을 주거나 남자만 매를 맞는다”, “치마 길이를 줄이면 혼이 나는데 남자들은 바지를 줄여도 덜 혼난다” 등 학생들이 성차별이라고 생각하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실었습니다. 또한 “교사와 현장 전문가들은 남학생들의 성별 갈등, 혐오, 피해의식이 심화하고 있다고 했다”며 “학교 현장에서 여학생뿐 아니라 남학생도 성차별적 경험을 겪고 있다”, “학생들의 의식 변화에 대응해 실질적인 성평등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분석을 전했습니다.

 

조선일보 보도만 본다면 ‘남학생도 성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남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다룬 보고서 내용에는 다른 현실이 담겨 있습니다. 2019년 2월 발간된 해당 보고서가 조사한 학교생활 중 ‘성차별적 발언·행동을 당하거나 목격한 경험’은 남학생이 9%, 여학생은 19.3%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내용을 학교별로 나눌 경우 남학교는 7.2%, 남녀공학은 17.6%, 여학교는 21.3%로 집계됐습니다.

 

즉,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성차별 문제에 대한 민감도가 낮다거나 여학생이 상대적으로 성차별적 상황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수치입니다.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성차별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선일보의 단정적 보도와 배치되는 통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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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중등 성평등교육의 요구 현실과 활성화 방안 연구보고서 자료

 

통계 중 일부만 전달도 모자라 왜곡해석한 보도한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전국 중‧고교 남학생 10명 중 8명이 학교의 복장지도와 생활규율에 대해 성차별이 있다고 답했다”며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성차별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해당 보고서의 ‘복장지도와 생활규율 등 학교 생활지도’ 관련 내용 중 일부만 부각한 결과입니다. 실제 보고서에 조선일보가 언급한 내용이 담긴 것은 사실이나 “중‧고등학생들의 78.7%가 (복장지도 및 생활규율에) 성차별적인 부분이 있다고 응답”했고 남학생 83.3%, 여학생 73.8%의 응답이 집계됐습니다. 학생들은 성별과 상관없이 복장지도 및 생활규율에 성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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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중등 성평등교육의 요구 현실과 활성화 방안 연구보고서 자료

 

보고서에는 학생들의 성평등 이슈와 관련한 태도에 대해 “학생들의 동의가 가장 크게 나타난 문항은 ‘여성혐오가 우리 사회에서 개선해야 할 사회적 문제임(3.3/4)’이며, 반면 가장 낮은 동의는 ‘여자들은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면서 힘든 일은 남자들에게 떠맡김(2.39/4)’”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조선일보 주장과 달리 남학생들의 성별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혐오를 개선해야 될 문제로 뽑을 만큼 학생들의 성평등 인식은 성숙하고 있는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5월 1일~6월 13일 빅카인즈(종합일간지, 경제지, 지역일간지, 방송사 등 54개 언론사 뉴스)에서 ‘GS25’ 검색 후 관련보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성평등’ 검색 후 나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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