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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로 시작해 ‘관계자’로 끝난 신현수 수석 사의 표명 보도
실명 취재원 24% 미만, 익명보도 함정 벗어나야
등록 2021.02.28 20:04
조회 812

2월 16일 CBS노컷뉴스 <단독/신현수 청 민정수석, 두 달 만에 사의 표명>(조은정 기자)를 통해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후 많은 언론이 사의 표명 배경을 추측했고, 신 수석이 18일 휴가를 떠나자 청와대로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2월 22일 신 수석이 청와대로 복귀하면서 일부 언론의 보도는 오보가 된 셈입니다.

 

신 수석의 거취를 추측하는 보도는 주로 ‘청와대 관계자’ 등 익명 취재원을 기반으로 했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뉴스빅데이터 분석서비스 빅카인즈(종합일간지, 경제지, 지역일간지, 방송사 등 54개 언론사 뉴스)를 활용해 신 수석 사의 표명이 알려진 직후인 2월 17일부터 2월 23일까지 관련 기사의 정보출처를 확인했습니다.

 

투명한 출처 찾아보기 어려워

신현수 민정수석 사의 표명 관련 기사를 확인하기 위해 ‘신현수’를 검색한 결과 1,268건의 보도가 확인됐습니다. 이 중 빈번하게 사용되는 익명 정보출처인 ‘관계자’가 포함된 보도는 472건입니다. 전체 보도의 3분의 1이 넘습니다. 유사한 단어인 ‘측근’(117건), ‘지인’(21건)과 비교하더라도 큰 차이입니다. 익명 정보출처를 활용한 보도양상을 더 면밀하게 확인하기 위해 ‘신현수’와 ‘관계자’가 함께 포함된 472건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실명 표기한 정보출처, 10개 중 3개도 안돼

정확한 분석을 위해 ‘신현수’와 ‘관계자’가 함께 등장하는 보도 중 검찰 중간급 간부 인사를 다루며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임을 짧게 언급하는 등 관련성이 낮은 보도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그 결과 신 수석 사임 관련 보도 중 ‘관계자’가 등장하는 보도는 379건으로 확인됐습니다.

 

각 보도 내용이 어떤 근거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분석대상 379건의 정보출처를 추렸습니다. 379건에서 등장한 정보출처는 총 1,261개였습니다. 개별 보도가 얼마나 투명한 정보를 출처로 했는지 확인하고자 출처의 실명기재 여부를 확인했는데요. 분석의 객관성을 위해 공식입장과 익명성이 혼용되는 ‘청와대’, ‘여당’, ‘야당’ 등 출처 133개는 분석에서 제외하고, 1,128개의 출처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보도에서 실명으로 사용된 정보출처는 270개, 약 23.9%였고 익명으로 사용된 정보 출처는 858개, 약 76%였습니다. 정보출처 10개 중 실명은 3개도 안 되는 것입니다. 물론 통계가 ‘관계자’라는 익명 정보출처를 검색한 결과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하지만 다수 보도가 ‘관계자’라는 익명 출처를 사용하고 있고, 투명성이 높은 실명 출처가 한참 적다는 점은 언론이 습관적으로 출처를 익명 표기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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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출처 표기 방식

개수

실명

270개

익명

858개

합계

1,128개

△ ‘신현수 민정수석 사의 표명’ 보도 정보출처 표기 분석(2/17~23) 민주언론시민연합

 

정보출처 4개 중 3개는 투명성 낮아

보도에 등장한 정보출처의 투명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등급을 나눠 분류했습니다. 기준은 정보출처 소속과 직업 혹은 직급, 직위에 대하여 △모두 밝히지 않은 경우 4등급 △한 가지라도 밝힌 경우 3등급 △두 가지 이상 밝힌 경우 2등급 △실명 정보출처일 경우 1등급으로 분류했습니다.

 

분류결과 대부분의 정보출처는 3~4등급이었습니다. 3~4등급 출처는 전체의 약 74.3%를 차지했습니다. 3등급 출처가 445개로 가장 많았고, 4등급 393개, 1등급 270개, 2등급 20개 순이었습니다. 다수 보도가 ‘청와대 관계자’와 같은 익명 정보출처를 사용한 결과였습니다. 특히 분석대상 보도건수가 379건이었음에도 3등급 출처는 445개에 달했습니다. 일부 보도에서 ‘관계자’발 정보출처를 여러 차례 사용했다는 뜻입니다.

 

2등급 출처가 20건에 불과한 점도 눈에 띕니다. ‘어느 기관의 어느 직급 A씨’와 같이 비교적 투명한 표현 대신 ‘청와대 관계자’, ‘여당 관계자’와 같은 모호한 표현이 빈번하게 사용된 결과입니다. 또한 객관적 정보가 하나도 드러나지 않는 4등급 출처가 393개에 달한 것은 독자가 신뢰할 만한 정보출처가 부족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림2.JPG

투명성 등급

개수

1등급

270개

2등급

20개

3등급

445개

4등급

393개

합계

1,128개

△ ‘신현수 민정수석 사의 표명’ 보도의 정보출처 투명성 등급 분석(2/17~23) ©민주언론시민연합

 

‘관계자’ 넘치는 보도, 이대로 괜찮나?

정보출처 분석에서는 많은 보도가 투명성이 낮은 출처를 통해 정보를 전달했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같은 정보출처를 언론마다 다르게 표기하거나 익명 출처로 시작된 논란을 익명 출처가 반박하는 사례도 등장했습니다.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을 ‘정만호 수석’이라 부르지 못한 한국일보

청와대는 2월 20일 신현수 민정수석 사의 표명 배경을 둘러싼 보도가 잇따르자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이름으로 “무리한 추측보도 자제를 당부 드린다”는 문자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냈습니다. 명백하게 수석의 이름이 들어간 만큼 실명 보도가 당연합니다. 실제 머니투데이 <거취결정 임박한 신현수…청 “추측보도 자제해달라”>(2월 21일 정진우 기자) 등 여러 매체는 출처가 정 수석이라는 점을 실명으로 밝히며 해당 정보를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모두 정 수석의 이름을 쓴 것은 아닙니다. 같은 내용을 다룬 한국일보 <신현수 “이미 동력 상실” 주변에 문자…사퇴로 기운 듯>(2월 21일 정지용‧김현빈‧신은별 기자)는 해당메시지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문자메시지를 보낸 인물이 이름까지 밝혔음에도 한국일보가 직접 익명으로 보도한 것입니다. 한국일보 보도는 실명 보도가 가능한 정보출처조차 언론이 익명으로 보도하고 있는 사례입니다.

 

‘관계자’와 ‘고위 관계자’는 다른 사람일까?

발언한 사람은 하나인데 출처 표기가 다르게 표현되기도 합니다. 2월 17일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이 알려진 후 익명의 관계자발 보도가 줄을 이었습니다. 주요 내용은 “인사 과정에서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 견해가 달랐다. 그것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민정수석이 사의를 몇 차례 표시했다”는 것이었는데요.

 

동아일보 <청은 권력암투 없었다는데…‘왕수석’ 신현수 수차례 사의, 왜?>(2월 17일 이태훈 기자)는 발언의 출처를 “청와대 관계자”로 보도했습니다. 같은 날 MBC <‘검찰 인사 갈등’ 청 민정수석 사의 표명…반려>(2월 17일 조국현 기자)도 “청와대 관계자”가 출처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는 다른 출처로 등장했습니다. 국민일보 <‘신현수패싱’ 인사 재가한 문대통령…박·신 갈등도 조율 못했다>(2월 17일 임성수 기자)는 같은 발언을 한 취재원을 “청와대 고위 관계자”로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 <문 ‘박범계 직보’ 재가하자…신현수 “자존심 상해 못살겠다”>(2월 17일 강태화‧하준호‧성지원 기자)도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말했다고 표현했습니다.

 

해당 발언을 다룬 언론 모두 정보 출처를 익명으로 표기했기 때문에 정확한 발언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발언내용이 동일하게 등장하는 것으로 미루어 동일 인물로 추측됩니다. 그러나 언론의 표현은 ‘고위 관계자’, ‘관계자’로 갈렸죠. 그 기준은 무엇일까요?

 

‘관계자’로 시작해 ‘관계자’로 끝난 논란

관계자로 시작된 논란이 관계자를 통해 반박되기도 했습니다. 중앙일보 <신현수 두 달만에 사의…박범계 검찰인사 마찰>(2월 17일 강태화‧하준호 기자)는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 배경에 검사장 인사 과정에서 벌어진 갈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핵심 출처는 “한 여권 관계자”였습니다. 이 인물은 “문 대통령이 백 전 장관에 대한 영장 청구 소식에 진노하며 신 수석과 윤 총장의 조율도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세계일보 <청·검 갈등 재연되나…문 법무부안 재가에 신현수 사의>(2월 17일 이도형 기자) 등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출처로 “대통령이 격노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투명성이 떨어지는 출처에서 시작된 논란이 투명성이 떨어지는 출처로 마무리된 것입니다.

 

“신 수석은 안 돌아간다. 이게 팩트”

가장 심각한 사례는 신현수 민정수석이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한 보도였습니다. 신 수석이 휴가원을 낸 2월 19일, 중앙일보 <“신현수, 짐 정리하러 간 것…사퇴 의사 굳혔다”>(강광우‧정유진‧김민중 기자)는 “여권 핵심 관계자”의 발언이라며 신 수석이 "휴가를 낸 건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오늘(19일)은 신 수석이 자리를 정리하러 간 것”이라는 발언도 담겼습니다.

 

동아일보 <“신현수, 안 돌아갈 듯”… 청은 “돌아오길 기대”>(2월 22일 박효목‧고도예 기자)는 “청와대 관계자”가 신 수석의 복귀를 언급한 발언을 소개한 뒤 “신 수석과 가까운 한 법조인”, “또 다른 법조인”의 발언이라며 “사의를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 “신 수석은 안 돌아간다. 이게 팩트”라고 주장했습니다. 중앙‧동아일보의 보도와 달리 신 수석은 2월 22일 정상 출근했고, 거취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임한 뒤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두 신문의 보도는 결과적으로 오보가 됐습니다.

 

출처부터 신뢰할 수 없는 보도

김경모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하는 <신문과 방송> 2019년 4월호 <뉴스 신뢰도의 출발점, 취재원 : 익명 취재원 비율 KBS 28%, BBC 6%…실명보도 훈련하는 조직문화 정착돼야>에서 “취재원의 투명성은 기자가 얼마나 정당한 방법으로 정확한 정보를 습득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자, 기사의 신뢰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KBS와 BBC의 익명 취재원 비율을 비교한 결과가 크게 차이 난 원인이 “기자 개인적으로나 조직적으로 익명 취재원 이용 관련 가이드라인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관행이 정착된 조직문화”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사안의 특수성과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익명으로 출처를 표기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예외사항에 해당되는 것이고, 정보출처는 실명으로 기재한다는 원칙은 지켜져야 합니다. 정보출처의 투명성은 기사 신뢰와 연결되는 만큼 언론이 신뢰를 얻길 원한다면, 출처를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언론자유 지수는 상승했지만 언론 신뢰도가 올라가지 않는 이유는 정보출처 표기 사례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실명을 충분히 언급할 수 있는 데도 익명을 사용하고, 익명출처의 기준조차 불분명하며, 익명출처로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가깝고, 얼마나 사정에 밝은 걸까?

이번 분석에서는 정보출처의 투명성에 초점을 맞춰 제대로 다루지 않았지만, 정보출처에 대한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표현도 문제입니다. 중앙일보 <단독/‘우리편 안 서나’ 박범계 말에 신현수 충격, 떠날 결심>(2월 20일 강태화 기자)은 사의 표명 이유가 “박 장관이 ‘왜 우리 편에 서지 않느냐’는 취지로 신 수석을 몰아세웠고”, “이같은 편가르기식 발언에 신 수석이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안다”는 한 인사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단독’을 붙여 전한 이 정보의 출처는 “신 수석과 가까운 여권 관계자”였습니다.

 

한국일보 <신현수 “이미 동력 상실” 주변에 문자…사퇴로 기운 듯>(2월 21일 정지용·김현빈·신은별 기자)는 “신 수석의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라는 표현을, 서울신문 <신현수 ‘숙고의 4일’ 무엇이 그의 마음을 돌렸나>(2월 23일 임일영·이민영 기자)는 “신 수석과 오랜 인연이 있는 검찰 출신 법조계 인사”라고 표현했습니다. 한겨레 <청 “신 수석과 검찰 인사 협의” 복귀 길 텄지만 ‘불안한 봉합’>(2월 22일 이완·옥기원·이지혜 기자)에 등장한 “민정수석실 업무를 잘 아는 한 여권 관계자”도 비슷합니다. ‘잘 안다’, ‘가깝다’ 등 모두 친분을 강조한 표현입니다.

 

믿을 만한 정보원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정통한”, “사정에 밝은”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신문 <검사장 인사 때 신현수 패싱설…이성윤 유임 후 박범계와 불화>(2월 16일 임일영·손지은·박성국 기자)는 “검찰과 청와대 사정에 두루 밝은 여권 고위 관계자”의 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중앙일보 <대통령 타격 받을라…‘신현수 복귀’ 주말 전방위 설득전>(2월 22일 강태화·심새롬 기자)의 “청와대 내부 기류에 밝은 민주당 의원”, SBS <검찰 인사안 누가 보고? “이광철 직보”vs“악의적”>(2월 18일 강청완 기자)의 “민정수석실 사정에 정통한 여권 관계자”도 같은 사례입니다.

 

언론도, 청와대도 ‘관계자’ 함정 벗어나야

앞서 언급한 보도가 허구의 인물을 출처로 삼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기자들이 발로 뛰어 취재한 결과일 것입니다. 그러나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틀렸다면, 그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발언의 출처가 익명을 요구했다면 적어도 독자가 출처를 신뢰할 수 있도록 검증한 결과를 함께 전달해야 합니다.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라는 주관적 표현으론 독자를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하기 어려워 다른 출처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도 “가까운 사이”, “사정에 정통한” 등과 같은 주관적이고 모호한 표현에서는 벗어나야 합니다. 어떤 독자가 보더라도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설명으로 출처를 밝히라는 뜻입니다. 기자들이 습관처럼 쓰는 표현이 독자의 신뢰를 잃게 하는 원인이 아닌지 되돌아볼 때입니다.

 

중앙일보 기자들이 진행하는 ‘들으면 똑똑해지는 라이프’의 2018년 11월 16일 방송은 보도에 등장하는 ‘고위 관계자’, ‘청와대 관계자’의 정체를 설명했습니다. 청와대 공식 브리핑에서 나온 발언은 국민소통수석, 대변인의 실명으로 보도하지만 이른바 ‘백브리핑’으로 불리는 비공식 브리핑에서 나온 발언은 국민소통수석을 ‘청와대 고위 관계자’로 표현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중앙일보 기자들은 이런 표현을 기자들과 청와대 사이 관행으로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관행은 기자들과 청와대의 문화일 뿐입니다. 기자와 청와대가 만든 취재관행으로 정보출처의 투명성이 흐려져 저널리즘 품질이 하락하고 있다면 그 관행은 개선해야 합니다. 독자의 신뢰를 앗아가는 ‘관계자’의 함정. 기자들도 청와대도 이젠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나요?

 

* 모니터 대상 : 2021년 2월 17~23일 빅카인즈(종합일간지, 경제지, 지역일간지, 방송사 등 54개 언론사 뉴스)에서 ‘신현수’ 검색 후 ‘관계자’ 키워드 일치 검색으로 나온 결과 중 관련 보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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