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현대중공업 사태’를 철저히 사측 입장에서만 바라본 TV조선‧채널A
등록 2019.06.11 09:43
조회 431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보고서 <대우조선해양 합병 반대한 노동자들, TV조선은 ‘민주노총 또 폭력’>(5/27)에서 노동자들의 집회현장을 ‘불법 폭력 집회’로 매도한 TV조선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번에는 모니터 대상을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으로 넓혀 어떤 대담이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확인 결과 시사대담 프로그램 역시 충돌과정을 부각하고, 노조혐오에 가까운 발언들로 사측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언론이라면 ‘노동자들이 왜 주주총회를 막아섰는지’를 보도해야 한다

노사분규 관련한 대부분의 언론 보도의 행태는 늘 똑같습니다. 먼저 노동자가 왜 집회를 열었는지, 어떤 사안인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런 행태는 충돌이 일어나기 전까지 꾸준하고 집요하게 이루어집니다. 무관심으로 일관하다가, 집회가 벌어지면 그 집회로 인한 시민의 불편이나 긴장감 등을 전합니다. 이윽고 노동자와 경찰간 충돌이 벌어지면 그제야 보도하는데, 이때에도 사안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충돌과정 특히 노동자의 폭력성만을 부각합니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사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언론이라면 폭력사태가 벌어지기 이전에 노동자의 생존권을 짓밟은 사측의 부당한 합병 계약을 지적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현대중공업 사태에서도 언론은 노동자들이 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인 장소를 점거하고 급기야 거리로 나오게 된 이유는 전하지 않았습니다. 시민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영문도 모른 채 그저 경찰과의 충돌 과정만을 전해듣게 된 것입니다. 이런 언론의 보도를 통해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달린 투쟁은 시민에게는 경찰과의 무리한 충돌로 비춰졌고, ‘불법 폭력 집회’로 각인되었습니다.

 

1. 현대중공업 노사갈등 무엇이 문제인가

 

싼 비용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사들이기 위한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

그렇다면 왜 현대중공업 노조의 반발은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인지 다시 간략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반발은 불합리한 합병과정에 있었습니다. 지난 2015년 대우조선해양은 5조 원에 가까운 회계사기가 발각됐습니다. 결국 핵심인물이었던 남상태 전 사장은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기업 매각을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가 올해 3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통합 지주회사를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된 인수 합병 계약이였습니다.

 

복잡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한마디로 현대중공업은 물적분할을 해야 대우조선해양과 합병할 수 있기에 5월 31일 기습 장소변경까지 감행하면서 주주총회를 열어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을 승인 의결했습니다. 물적 분할이란 회사가 어떤 사업부문을 나눠 자기 자회사로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현대중공업이 존속회사와 신설회사로 쪼개진다는 뜻입니다.

 

존속회사는 현대중공업에서 ‘한국조선해양’으로 바꾸고, 회사를 서울로 옮기며, 인사와 노무, 투자와 연구개발 부문을 가져갑니다. 신설회사는 ‘현대중공업’이라고 이름 붙이고 나머지 생산 부문(조선·특수선·해양플랜트·엔진기계 등)을 맡겨 울산에 남깁니다. ‘한국조선해양’은 본래 현대중공업이 지녔던 두 개의 자회사와 함께, 새로 생긴 신설회사 ‘현대중공업’을 거느리며 중간지주회사로 거듭나게 되는데요. 반면 울산에는 이름만 ‘현대중공업’이지 사실상 한국조선해양이 경영을 좌우하는 사업회사가 남게 되는 셈입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분할 뒤 두 회사의 재무구조가 극명하게 갈리는 점입니다. 존속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부채비율(자산 대비 부채)가 62.1%에서 1.5%로 줄어들어 우량해집니다. 반면 신설회사 ‘현대중공업’은 부채를 떠안아 부채비율이 115%로 늘어납니다. 결국 재무구조가 아주 좋은 기업과 불량한 기업이 생기는 셈입니다. 1만4000명 노동자 가운데 500명가량은 ‘한국조선해양’에, 나머지 대다수는 불량해져버린 ‘현재중공업’에 속하게 됩니다.

 

이처럼 현대중공업을 물적 분할한 뒤 ‘한국조선해양’이 산업은행과 주식을 맞바꾸는 방식으로 대우조선을 자회사로 사들이는 ‘맞교환 방식’은 기존 현대중공업 혹은 현대중공업지주회사가 직접 신주를 발행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돈을 들이고 인수하는 방식이라고 평가됩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기존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과 함께 신설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까지 4개 회사를 자회사로 관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정씨 총수 일가(정몽준‧정기선)가 최대주주(30.9%)인 현대중공업 지주회사는 한국조선해양을 지배하게 됩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한 투쟁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이 같은 개편이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대폭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대다수 노동자가 일하는 울산 현대중공업의 재무구조가 나빠지는 데다 통제권은 중간지주회사로 넘어가고, 현대중공업 총수 일가에 경영책임을 물을 경로는 더 복잡해집니다. 특히 노동자들은 분할 뒤 울산 현대중공업이 “빈껍데기이자 하청공장”이 될 것임이 확실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선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하는데, 사측이 이를 내세워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할 가능성이 높고, 같은 이유로 임금 인상을 비롯해 처우개선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지난 21일 뒤늦게 단체협약 승계를 공언했지만, 노조는 이런 말들은 뒤집힐 공산이 크다고도 보고 있습니다. 중간지주회사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등 4개의 조선회사를 관리하게 되면 각 자회사 노조의 협상력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30년 전 사측에게 향응 받고 기사 쓰던 언론은 여전히 ‘같은 짓’

언론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며 노동자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미디어오늘 <사설/30년전 ‘식칼 테러’ 재현하는 노동보도>(6/1)는 과거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투쟁과정에서 언론이 어떻게 사측의 대변인이 되었는지 지적했습니다. 미디어오늘은 1987년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투쟁을 언급하며 “기업주가 협상보다 언론을 이용해 신규 노조집행부를 고립시키는데 주력했고 모든 언론은 이를 충실히 따라 김우중 회장은 손쉽게 이겼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노동자 이석규가 경찰의 최루탄 난사로 인해 사망했지만 언론은 지속적으로 사측에 우호적인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결국 투쟁은 대우조선 사측에 유리하게 전개됐습니다. 경찰의 공격으로 노동자가 죽어나갔지만 언론은 사측에게 호텔과 숙식을 제공받으며 일방적인 기사를 써냈습니다.

 

1988년 현대중공업에서 벌어진 투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현대중공업도 노조와 대화보다 언론플레이에 열중했”고 “기자들에게 다이아몬드호텔을 내주고 무료 숙식을 제공”했습니다. 언론은 이런 향응을 받고 “장기 노사분규, 산업마비”와 같은 사측에 유리한 기사를 썼습니다. 1989년에는 사측의 총무부직원과 경비대가 파업 중이던 노동자에게 식칼을 이용해 등과 옆구리를 찌르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칼에 찔려 쓰러진 노동자를 외면했고, 사측에게 다양한 향응을 받으며 일방적인 기사를 썼습니다. 미디어오늘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노동자들은 본인들의 생존권을 위해 싸우고 있고, 언론은 여전히 사측의 입장에서 일방적인 내용을 보도하는 현실을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정확히 30년이 지나 다시 현대중공업 노사갈등이 세간의 도마 위에 올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몇 년 동안 조선업 불황을 틈타 고졸 정규직 여직원과 간부들을 구조조정했다. 현장직원들은 순환 휴직시켰다. 급기야 노조의 반발에도 4개 회사로 분할하는데도 성공했다. 이번엔 대우조선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31일 주주총회에선 법인 분할도 추진한다. 직원들이 고용불안을 느끼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그 당연한 목소리가 우리 언론에겐 잘 들리지 않는다.

 

2. 종편은 현대중공업 노사갈등 중 무엇을 보았나

 

쟁의가 벌어진 과정 대신 충돌만 부각한 종편

가장 먼저 5월 22일부터 31일까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관련 대담의 흐름을 확인하기 위해 주제별로 대담 시간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이번 사안이 벌어진 배경을 설명하는 ‘사안 설명’은 전체 대담 177분 중 6분으로 가장 적었고, 노조와 경찰의 마찰 과정을 전면에 내세운 ‘충돌 부각’은 83분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종편이 이번에도 노조가 쟁의에 돌입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고 자극적인 장면을 보여주며 양측의 충돌만을 부각한 것입니다. 또한 ‘노조 입장’은 17분간 다뤄진 반면 ‘사측 입장’은 28분간 다뤄지면서 대립하고 있는 양측 중 사측의 입장이 더 많이 다뤄졌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방송사별로 확인한 결과에서는 TV조선‧채널A가 MBN에 비해 적극적인 대담을 진행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TV조선은 3개 프로그램에서 82분, 채널A는 87분간 다루면서 2개 프로그램에서 단 8분간 대담을 진행한 MBN과 큰 격차를 보였습니다. 개별 프로그램 별로 확인한 결과에서는 채널A <정치데스크>가 전체 대담 44분 중 36분을 ‘충돌 부각’에 할애해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사측 입장’이 전체 58분 중 19분으로 ‘사측 입장’이 가장 많았던 유일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사안 설명

충돌 부각

노조 입장

사측 입장

기타

합계

TV조선

강적들

-

-

-

-

-

-

보도본부 핫라인

-

2

-

2

-

4

신통방통

3

4

1

-

12

20

이것이 정치다

-

13

11

19

15

58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2

16

3

1

7

29

뉴스TOP10

1

7

1

1

4

14

정치데스크

-

36

1

4

3

44

MBN

뉴스와이드

-

-

-

-

-

-

뉴스&이슈

-

-

-

-

-

-

뉴스BIG5

-

-

-

1

-

1

아침&매일경제

-

5

-

-

2

7

총 방송시간(분)

6

83

17

28

43

177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 관련 종합편성채널 보도‧시사프로그램의 주제별 방송 시간(단위:분)(5/22~31) ©민주언론시민연합

 

시위 진압을 위해 ‘테이저건 도입’ 주장한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전반적인 주요 주제였던 ‘충돌 부각’ 관련 대담에서는 급기야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이 테이저건을 도입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5/24)에 출연한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은 노조의 쟁의행위를 대응하기 위해 공권력 강화를 주장했습니다. 이어 경찰의 자율권을 위해 테이저건 사용 지침을 변경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송국건 영남일보 취재본부장 : 하나 의문이 드는 게 저 경찰관이 5분 동안, 5분 동안 수십 명에게 둘러싸여서 끌려가서 수십 명에 둘러싸여서 구타를 당한 거예요. 발길질도 당하고 구타도 하고 각목, 각목까지 동원을 했다는데. 다른 경찰관을, 다른 경찰관들이 그것을 제지하지 못했을까를 생각을 해 봤었는데. 이 경찰관 인터뷰 중에 그게 있습니다. 뭐냐 하면 이 집회 현장에는 테이저 건을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답니다. 그렇다면 테이저 건이라고 하는 것이 강제로 진압하는 건데. 그 무기조차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으면 저런 식의 일이 일어나면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경찰에게도 자율권을 위한 어떤 지침, 변경 같은 것도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사진1.JPG

△테이저건 사용 주장 다시 꺼내든 TV조선 <이것이 정치다>(5/24)

 

경찰의 테이저건 사용은 엄격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테이저건을 사용해 진압작전을 펼쳤던 쌍용차 과잉진압이 있습니다. 당시 경찰은 테이저건을 비롯해 대테러 장비와 병력을 이용해 노동자들을 무력 진압했습니다. 무력 진압의 결과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많은 사상자를 발생이었습니다. 이런 무력 진압은 경찰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당시 대응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송국건 씨는 또다시 노동자들에게 테이저건을 겨눌 것을 주장했고, 이를 반박하는 발언은 방송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진행자가 나서서 ‘노조혐오’ 드러낸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비슷한 방식으로 충돌 과정만을 부각한 대담은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5/23)에서도 등장했습니다. 채널A는 진행자 김진 씨가 일방적으로 노조를 공격하는 발언을 주도했습니다. 김 씨는 조선일보 <경찰을 질질 끌고 다니고, 치아까지 부러뜨린 민노총>(5/23 김승재·서유근 기자)를 주요 뉴스로 소개한 뒤 충돌 상황을 언급하며 “불법시위, 폭력시위”라는 단어로 ‘불법 폭력 집회’ 낙인을 찍었습니다. 심지어 김 씨는 노동자들이 상경까지 해서 쟁의를 벌인 이유는 언급하지도 않았습니다. 이 발언과 동시에 화면에서는 조선일보의 기사 중 “경찰을 질질 끌고 다니고, 치아까지 부러뜨린 민노총”과 같은 표현들이 크게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김진 앵커 : 사진 한번 크게 보시죠.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저희 돌직구 쇼에서 보도를 해 드렸는데 또 반복이 됐습니다. 경찰을 질질 끌고 다니는 사진. 결국 경찰관들의 치아까지 부러졌습니다. 민노총 일입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노조가 어제 서울로 상경을 해서 상경 집회를 가졌는데요. 경찰 10여 명이 이렇게 과격한 일부 노조원들에게 끌려다니면서 손목 골절과 치아 골절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런데도 언제까지 우리가 불법시위, 폭력시위를 이대로 지켜만 봐야 하는 걸까요. 경찰이 수수방관하고 더 나아가 이렇게 이빨까지 부러지는 수모를 겪고 있는데 답은 없는 건지. 안타까운 대목입니다.

 

사진2.JPG

△충돌 장면만 부각한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5/23)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는 비슷한 대담을 하루 뒤에도 진행했습니다. 24일에는 동아일보 <폭행당한 경찰관 “진압하다 처벌받느니 때리는 대로 맞아”>(5/24 구특교 기자)를 소개하며 익명의 경찰관의 증언을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의 입장은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반론권 보장’이라는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조차 하지 않은 것입니다. 오히려 진행자 김진 씨는 “경찰 지도부에서 민노총을 대할 때 일선의 경찰관들에게 ‘인내하라, 인내하라’라고만 한다”며 경찰이 몸을 사린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27일 방송에서도 김 씨는 “무시받고 있는 경찰의 공권력이 위기”라며 “경찰 내부에서는 동료가 맞아도 참으라는 지시가 내려온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가 나서서 ‘노조 혐오’ 대담을 이끈 것입니다.

 

현장의 진실에 있던 ‘사측 용역업체’는 왜 지적하지 않는가

TV조선‧채널A는 적극적으로 충돌장면을 보여주고 모든 책임이 노동자들에게 있는 듯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충돌은 전체 과정을 살펴본다면 사측의 문제점도 드러나야 했습니다. 사측이 용역업체를 동원해 노동자들과 대치구도를 만들었고, 위법에 가까운 주주총회를 주도했기 때문입니다.

 

현장을 직접 취재한 미디어오늘 <현대중공업 ‘체육관 10분 주총’의 전말>(5/31 김예리 기자)는 사측의 문제점을 낱낱이 보여줬습니다. 미디어오늘은 노동자들이 “비폭력 무저항으로 주주총회에 반대하려 한다”며 물리력을 먼저 쓰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최헌 상무가 1000여명 직원을 데리고 한마음회관 정문 앞에 왔”고 “사측 경비대와 용역은 정문 앞에 가로 놓인 도로에 빽빽이 늘어섰”습니다. 사측이 용역업체까지 동원해 노동자들과 대치구도를 만든 것입니다. 양측의 대치구도가 이어지던 중 “한 용역직원이 ‘주총 장소가 변경됐다’고 소리 쳤”고 용역업체 직원들은 주주총회 장소 변경 안내문을 노조에게 뿌렸습니다.

 

노동자들이 변경된 장소인 울산대학교에 도착하자 “(경찰이) 조합원들이 체육관 방향으로 길을 들지 못하도록 대학 정문 길목에 방패를 들고 빈틈없이 막아섰”고 결국 노동자들은 주주총회 장소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노동자들의 대다수가 현대중공업의 주식을 소유한 우리사주 주주였기에 “한 조합원이 주총 출석통보서를 내밀며 들어가려 했”지만 이마저도 저지를 당했습니다. 사측이 주주총회 장소 변경의 절차를 무시하고 주주로서의 정당한 권한행사를 막은 것입니다.

 

심지어 사측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이 소화기를 사용해 노동자들의 진입을 막았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현장에 있던 비즈한국 기자는 “노조원들이 후문으로 주총장에 들어서려 하자, 용역이 이들을 향해 먼저 분말 소화기를 쐈다. 노조원들이 쏘는 모습은 내가 있을 땐 못 봤다”며 미디어오늘에 현장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런 과정들은 TV조선‧채널A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사측이 용역업체를 통해 노동자들과 대치상황을 만들었다는 점, 주주총회에 소액주주인 노동자들의 참석을 사측의 용역업체가 방해했다는 점은 전혀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두 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는 공권력의 위기라는 표현을 쓰며 이미 인권위의 권고로 사용이 엄격히 제한된 테이저건을 진압에 사용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칠 뿐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본질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전달된 것입니다.

 

‘사측 입장’ 적극적으로 대변한 TV조선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모니터 대상 10개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사측 입장’이 가장 많았던 프로그램입니다. 이런 수치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진행자 윤정호 씨의 역할이 있었습니다. 윤 씨는 적극적으로 ‘사측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5/30)에서는 ‘노조 입장’을 김남국 변호사가 대변하자 ‘사측 입장’의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윤정호 앵커 : 그런데 지금 부채 이야기를 하셨는데 ‘7조가 넘는 부채가 현대중공업에 남는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셨잖아요. 그런데 회사 측에서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부채라는 게 명목상 부채이고 나중에 다 배를 만들면 돈이 들어오게 돼 있다. 그래서 부채 규모를 좀 부풀렸다, 이런 설명을 해도 잘 이해가, 납득을 잘 안 하더라. 이렇게 하는 게 아마 회사 입장인 것 같습니다. 김 변호사님, 어떻게 보세요? (중략)

 

그런데 지금 보면 법원에서 지금 주총장을 점거하고 있는 것을 풀어라, 그렇게까지 다시 한번 또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예 주총 방해하는 것도 안 된다고 했다가 그걸 또 방해하고 상황에서 회사 측에서 가처분 신청을 하니까 그러면 지금 방해하는 거, 즉, 점거하는 거 빨리 나와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도 그대로 있잖아요. 그러면 대한민국의 법이라는 게 법원에서 이야기를 했는데도 안 되는 상황이면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법조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부분?

 

물론 반대편의 입장을 묻는 것은 진행자의 당연한 역할입니다. 그렇다면 윤정호 씨는 공정한 대담을 위해 ‘사측 입장’을 대변하는 출연자에게도 ‘노조 입장’의 질문을 던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윤 씨는 ‘노조 입장’의 질문은 던지지 않았습니다. 하루 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5/31)에서도 윤 씨는 ‘사측 입장’을 적극적으로 질문했습니다. 이번에는 사측의 이익을 위해 노사가 합의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윤정호 앵커 : 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것에 가장 반대하는 데가 다른 나라라고 합니다. 일본이나 다른 나라들이 이게 문제가 있다, 이렇게 지적하는 그런 상황인데요. 그걸 봤을 때 과연 현대중공업의 선택이 앞으로 우리 경제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될지. 노조도 그렇고 사측도 그렇고 이 같이 합심해서 대한민국 경제를 키우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처럼 진행자부터 사측의 입장을 철저하게 대변해주는 프로그램에서 ‘사측 입장’이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현대중공업 대변인 자처한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

사측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대담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5/31)에서도 등장했습니다.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현대중공업이 또 주총에서 저 안건을 통과하지 못했으면 우리 지금 조선 경쟁력이 굉장히 추락할 위기에 빠진 것”이라고 논하더니 “사실은 어떤 법치라고 그럴까? 시장 경제라고 할까? 그리고 우리나라의 기본 원칙들이 굉장히 허물어질 뻔했”다며 주주총회가 통과된 것을 법치와 시장경제의 문제로 평가했습니다.

 

이 씨는 계속해서 “이제 아마 현대중공업의 노조가 반발할 거고. 민노총이 계속 반발할 텐데. 이거를 극복하려면 정부가 얼마나 중심을 잡고 공권력을 제대로 행사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고”라며 노동자의 반발을 공권력이 눌러야 한다는 식의 말을 손쉽게 던졌습니다. 그러던 중 이 씨는 앞서 윤정호 씨가 내세운 ‘사측의 이익을 위한 합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 : 사실 또 그것도 끝이 아닙니다. 만약에 현대중공업하고 대우해양조선이 합치게 되면 세계 1, 2위 사가 합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는 굉장히 반대할 수도 있거든요. 일본이나 중국 같은 나라에서 기업 결합 심사라고 해서 국제적인 심사도 있으니까. 만약에 지금 그 조선이 만약에 무너지거나 아니면 조금 그 이렇게 다운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큽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해양조선을 위해서 우리나라 조선 산업을 위해서 우리나라 경제적인 전체적인 경제를 위해서도 이 안건은 반드시 통과돼야 하고. 정부도 중심 잡고 잘 지원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3.JPG

△ 현대중공업 사측 입장 대변하는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5/31)

 

결국 TV조선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을 노조가 막아서려고 했다’, ‘앞으로 노조가 또 들고 일어설 테니 정부가 공권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방송 어디에도 생존권을 위해 투쟁에 나선 노동자의 입장은 없었던 것입니다.

 

TV조선이 걱정한 주주총회…현대중공업은 미리 김앤장과 시나리오까지 준비했다

TV조선은 진행자와 출연자가 앞 다투어 현대중공업의 주주총회가 무산될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현대중공업은 주주총회가 열리기 이틀 전부터 시나리오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매일노동뉴스 <현대중공업 3분30초 주총 뒤엔 ‘플랜B 시나리오’ 있었다>(6/7 배혜정 기자)는 현대중공업이 김앤장과 함께 주주총회 시나리오를 미리 계획하고 실행한 문건을 공개했습니다. 매일노동뉴스는 현대중공업이 “29일 오전 법무법인 김앤장과 회사 법무팀, 노진율 부사장 등 임원들이 모인 가운데 ‘대응전략 회의’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주주총회 장소와 표결과정 등을 5개의 시나리오로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회의 이후에는 “주총 장소 이동을 가정하고 열린 리허설에는 의장, 투개표, 진행요원과 대주주, 120명의 우호주주까지 참석”한 뒤 리허설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시나리오까지 준비한 현대중공업은 ‘주주총회 장소를 변경하고 표결을 즉각 실시하는 시나리오’를 31일에 실행했습니다. 당일 현대중공업은 본인들의 우호주주를 “오전 6시부터 울산대병원 암센터 주차장(340명)과 울산종합체육관(2개팀 각각 40명)에 집결”시켰고 결국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소액주주인 노동자들의 참석을 방해하고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TV조선이 노동자의 입장은 철저히 외면한 채 옹호했던 사측의 주주총회는 이런 배경과 함께 진행됐습니다. 애초부터 사측은 본인들에게 유리한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주주총회를 ‘계획된 결론’으로 준비해왔던 것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02-392-0181) 정리 문미향‧이슬기‧이정화 인턴

 

monitor_20190611_207.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