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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 후에도 ‘친박 집회’와 박근혜에 찬사…민주주의 짓밟은 MBC2017년 3월 9일~3월 11일
9~11일 방송뉴스는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판결 전날인 9일 에는 7개 방송사 모두 다음날 있을 탄핵심판 최종 선고 관련한 보도가 10건을 상회했습니다. 탄핵 결정 당일인 10일에는 7개사가 모두 특집 뉴스를 방송했습니다. 방송사들은 헌법재판소가 밝힌 탄핵 인용의 근거와 박근혜 전 대통령 검찰 강제조사 가능성, 탄핵 과정, 정치권 반응, 조기 대선 일정을 공통적으로 다뤘습니다.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이목을 끈 것은 선고를 직후 일어난 친박 집회 관련 보도였는데요. 친박 세력은 탄핵 선고 직후 격렬히 반응했습니다.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 버스 탈취 등 폭력을 종용하고 경찰과 취재진을 폭행하는 등 과격 양상이 뚜렷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 3명 등 사상자도 발생했습니다. MBC는 사상자까지 낳은 친박 집회의 폭력성을 최대한 축소해 보도했고 오히려 ‘태극기 집회가 보수세력을 광장으로 이끌었다’고 찬사를 늘어놓았습니다. 파면된 박근혜에게도 마지막까지 칭송을 아끼지 않았네요.
1. 친박집회 더 많이 보도하면서도 폭력 양상은 축소한 MBC
10일과 11일, 7개 방송사가 모두 집회 상황을 보도했는데 MBC는 친박 집회를 7건, 촛불집회는 4건 보도하면서 친박 집회에 더 큰 비중을 뒀습니다.
△ 7개 방송사 탄핵 찬반 집회 관련 보도량 비교(3/10~11)
물론 KBS·TV조선·채널A‧MBN도 친박 집회 보도량이 더 많긴 합니다. 하지만 이는 10일 사상자가 발생한 폭력 양상을 집중적으로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JTBC, SBS, TV조선, MBN은 친박 집회를 보도할 땐 모두 그들의 ‘폭력 양상’을 언급했습니다.
JTBC는 <‘비극’ 부른 폭력 선동…무책임한 그들>(3/11 https://bit.ly/2nhOK2X)에서 “폭력을 유도한 사람들은 뒤로 빠지고 애꿎은 참가자들만 변을 당하고 있”다며 친박 집회 주최 측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4건의 친박 집회 보도가 모두 비판적인 내용입니다.
SBS는 <취재진 폭행 잇따라…경찰 “엄정 대응”>(3/11 https://bit.ly/2nc2qjl)은 친박 집회의 취재진 폭행만 따로 다뤘습니다. “거짓 기사 한 줄이라도 썼던 모든 기자들에 대해서 색출 작업에 들어갑니다”라며 참가자들의 ‘취재진 폭행’을 종용한 정광용 박사모 회장의 발언을 전한 후, “사다리로 카메라를 든 기자의 머리를 내리치”는 상황, “태극기 봉으로 카메라릴 치더니 휴대전화 보조배터리로 보이는 물건을 기자 얼굴로 내던진” 장면, “기자의 몸을 붙잡고 때리”는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MBN <경찰 버스로 ‘쾅’…폭도가 된 참가자>(3/11 https://bit.ly/2mebZtW)는 사망자를 발생시킨 ‘경찰 버스 탈취 후 차벽 충돌’ 장면을 집중 조명하면서 가해자가 친박 집회 참가자임을 강조했습니다.
TV조선 <탄핵 반대 시위…2명 사망 2명 중태>(3/10 https://bit.ly/2mqjI99)도 “탄핵 반대 시위대가 헌재로 진출하려다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면서 기자 폭행 및 경찰 버스 탈취, 차벽 파손, 욕설, 쇳덩이 투척 등 폭력 양상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7건에 달하는 MBC의 친박 집회 보도는 사뭇 다릅니다. MBC <‘거센 반발’ 충돌 사태…2명 사망>(3/10 https://bit.ly/2mqKKgA)은 사상자 발생을 전달한 보도이지만 폭력 양상은 △“집회 참가자 수십 명이 경찰 버스에 밧줄을 걸어 잡아당깁니다” △“버스 위에는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올라가 경찰과 대치” △“일부 참가자는 교통 표지판을 들고 경찰 버스 창문을 깨뜨리려는 듯 세게 내리칩니다”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크고 작은 충돌”이라고만 묘사했습니다.
다른 방송사들이 사망사고 원인으로 직접 거론한 ‘경찰 버스 탈취 후 차벽 충돌’은 “경찰은 참가자 일부가 경찰 버스를 몰고 차벽을 들이받는 과정에서 소음 측정 차량 위에 있던 대형 스피커가 김 씨를 덮친 것”이라며 경찰 입장으로 갈음했습니다. 물론 MBC도 용의자가 검거된 이후인 11일에는 사고 경위를 제대로 보도했지만 다른 방송사들은 이미 10일에도 사실을 제대로 보도했습니다. MBC는 취재진 폭행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취재진들이 친박 집회 참가자들에게 폭행을 당했지만 유독 MBC 취재진만 환대를 받았다는 후문이 있더군요.
2. “태극기 집회가 보수 집회의 새로운 장 마련했다”, MBC의 착각
더 심각한 보도는 친박 집회를 칭송한 MBC <보수세력 결집…태극기 집회 ‘새 바람’>(3/10 https://bit.ly/2mIJurg)입니다. 이상현 앵커는 “보수 세력을 광장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고 백연상 기자는 “주최 측 추산 6만 7천 명, 경찰 추산 1만 1천 명의 소규모 집회”로 시작한 ‘태극기 집회’가 지난해 12월 탄핵안 통과 이후 “갈수록 규모를 키웠”다고 전했습니다. 여기다 “우리 침묵하는 보수는 그냥 있지 않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꼭 구할 것입니다”와 같은 집회 참가자 인터뷰를 3개 덧붙였고 “주최 측 추산 누적 참가자 1천5백만 명. 19번에 걸쳐 펄럭였던 태극기의 물결은 대통령 퇴진을 막지 못했지만 보수권 집회의 새로운 장을 마련했다는 평가”로 보도를 마무리했습니다. ‘누적 참가자 1500만명’이라는 수치는 확인도 되지 않은 사실입니다. 이 수치를 보도한 것도 MBC뿐입니다.
△ 폭력으로 물든 친박 집회에 참사 보낸 MBC(3/10)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MBC <태극기 집회 “탄핵 무효”>(3/11 https://bit.ly/2nfYJFJ)는 “구호는 이제 탄핵 기각에서, 탄핵 무효로 바뀌었”다면서 ‘대한문 앞 태극기 물결’을 조명했고 “(헌법에) 9인의 재판관으로 헌법 문제를 판단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것은 반역”(김평우 변호사), “너무 참담하고, 우리로서는 너무 공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박근령 씨), “어제는 정말 불상사였어요. 평화적으로 우리는 (집회를) 계속 할 거예요”(시민) 등 친박 세력의 입장을 연달아 보여줬습니다. 이렇게 친박 집회의 과격성을 언급하지 않고 그 입장만 전달하는 보도는 MBC에서만 나왔습니다.
MBC는 지난 2015년 11월, 노동개악 및 박근혜 정부의 독주를 비판했던 1차 민중총궐기에 갖은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백남기 농민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찰의 ‘살인 물대포’를 비판하는 보도는 단 1건도 없었지만 <“불법시위에 손해배상 청구한다”>(11/17), <단신/ 김수남 후보자 “불법집회 철저 수사”>(11/19), <“불법과 폭력 악순환 끊어야”>(톱보도), <“복면하고 불법 시위 엄단한다”>(11/27), <“다음 주 ‘2차 총궐기’ 금지”>(11/28) 등의 보도로 정당한 집회를 “불법 폭력 시위”로 규정하고 정부의 ‘폭력 시위 엄단 경고’만 대변했습니다. 그랬던 MBC가 물대포도 쏘지 않은 경찰과 대치하면서 경찰 버스를 탈취해 차벽을 들이받았고, 결국 시민을 사망에 이르게 한 친박 집회에는 찬사를 보낸 겁니다. “보수권 집회의 새로운 장을 마련했다”는 MBC의 극찬은 상식과 크게 어긋납니다. 맹목적으로 박근혜를 비호하고 특검과 헌재에 살해 협박을 퍼부었으며 동료 시민들도 사지로 내몬 세력이 ‘보수’라니, MBC의 반인륜적 관점을 그대로 보여줄 뿐입니다.
3. ‘한나라당을 살렸던 선거의 여왕 박근혜’? MBC가 부끄럽다
MBC는 박근혜에 대한 충정도 끝까지 놓지 않았습니다. MBC <파면으로 막 내린 박근혜 정치 역정>(3/10 https://bit.ly/2mcB9sy)에서 배현진 앵커는 “첫 여성대통령, 첫 부녀대통령 탄생이라는 영광 속에 청와대로 복귀했던 박 전 대통령”이라는 말로 운을 뗐고 리포트는 “굴곡진 인생”을 되짚어 줬습니다. 박충희 기자는 “아버지에 이어 대통령에 오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961년, 5.16으로 집권한 아버지를 따라 청와대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가 피격당한 뒤엔 스물셋 나이에 퍼스트레이디 역할도 했”고 “불법 대선 자금 사건으로 차떼기 당이라는 오명을 얻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의 역풍으로 휘청거리던 한나라당”을 “살려냈”다고 칭송했습니다. 여기다 “‘커터칼 테러’를 당하면서도 압승을 이끄는 등 잇따른 승리로 ‘선거의 여왕’이라는 찬사”도 덧붙였습니다. 그를 파면으로 이끈 대통령 재임 4년의 실정에도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이라는 평가와 함께 18대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임기 내내 소통과 타협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찬사를 빼놓지 않았고, 최악의 국정농단은 “‘비선 실세’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며 박 전 대통령은 검찰과 특검 수사의 피의자로 전락”했다는 한 마디 설명이 전부입니다.
△ 박근혜에 찬사 보낸 MBC(3/10)
MBC는 박근혜에 찬사를 보내면서 ‘5·16 군사정변’이라는 공식 정의가 있는데도 ‘5‧16’이라고만 언급합니다. 쿠데타를 쿠데타로 부르지 않는 MBC의 엇나간 역사관을 보여줍니다. ‘선거의 여왕’,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과 같은 찬양은, 그를 뽑았던 국민들이 박근혜에게 속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에 불과합니다. 그가 파면된 현실에서 보도할 필요가 없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특검과 언론에 의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박근혜의 정치 인생 전반에 걸쳐 최순실 일가가 개입했고 박근혜의 후광을 무기로 거대한 부를 부정 축재했습니다.
4. '최순실과의 정치역정‘으로 풀어낸 SBS‧JTBC, JTBC는 “박정희 시대의 종언”
물론 이날 채널A를 제외한 6개 방송사 모두 MBC처럼 ‘박근혜의 정치 역정’을 보도했습니다. KBS‧TV조선‧MBN도 MBC와 비슷한 내용을 전했습니다.
SBS와 JTBC만이 박근혜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정치 역정’을 보도했습니다. SBS는 <당선도 파면도 ‘첫 기록’>(3/10 https://bit.ly/2mt2sla) 등 2건의 보도에서 “육영수 여사 피살 뒤 위로 편지를 보내며 접근한 최태민 목사와 가까워졌고 최 목사가 세운 구국여성봉사단의 명예총재로 추대됐”다면서 박근혜의 정치 인생을 ‘최순실 일가와의 커넥션’을 중심으로 풀어냈습니다. “최태민 목사 부녀의 어두운 그림자가 간혹 문제가 되긴 했지만 흐지부지됐고”, 결국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나면서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정치적 자산은 송두리째 파탄”났다는 겁니다.
JTBC는 ‘박근혜 정치 역정’에 3건을 할애했는데요. 2건은 SBS처럼 최순실 일가와의 검은 뒷거래를 순차적으로 풀어내면서 재임 4년간의 실정을 설명했습니다. 나머지 1건인 <“파면 결정, 박정희 시대의 종언” 해석도>(3/10 https://bit.ly/2nmwGE1)은 JTBC에서만 볼 수 있는 보도입니다. 전진배 앵커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은 정치인 박근혜에 대한 파면이기도 하지만 우리 현대사에서 볼 때, 오랫동안 이어진 박정희 시대의 종언이라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김혜미 기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사과”했지만 “당선 이후 정치 행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를 연상케했”다고 했습니다. 그 사례로 “청와대에서 정재계 인사들을 불러 대규모 회의”를 제시해 “박정희 전 대통령 때의 수출진흥회의를 다시 부활시킨 것”이라 진단했고 “취임 다음 해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유사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정부 주도의 국가 성장을 강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통령의 권력 아래 기업들을 줄 세우는 관치경제의 폐해”, “여러 기업인을 불러 각종 부적절한 청탁과 모금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의사 결정 과정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권위주의적인 방식에 머물렀”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선이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닌 시대적 가치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따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을 전하면서 보도는 마무리됐습니다.
5. 파면 사유에 ‘박근혜 해명’ 붙여준 MBC, 아직도 ‘박근혜 대변인’
MBC는 11일, 헌재가 밝힌 박근혜 파면 사유에 그동안 나왔던 박근혜의 해명을 일일이 붙여줬습니다. 도대체 어떤 보도 가치가 있는지, 시청자가 꼭 알아야 할 내용인지, MBC의 속내를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MBC <"억울하다" VS “믿을 수 없다”>(3/11 https://bit.ly/2mv8Uqa)는 보도 제목부터 박근혜와 헌법재판소의 대립을 명시해놨습니다. 이미 증거들로서 최순실의 국정개입이 드러났는데도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던 박근혜의 억지 논리를, 법리적‧논리적 검토를 마친 헌재의 파면 사유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한 겁니다. 리포트는 더 황당합니다. 김수근 기자는 헌재가 “일부 공직자 인사를 포함해 대통령 연설문과 일정 등 문건을 전달받고 국정에 관여했다고 본 것”이라면서 “최서원(최순실)은 그 문건을 보고 이에 관한 의견을 주거나 내용을 수정하기도 하였고 피청구인의 일정을 조정하는 등 직무활동에 관여”라는 이정미 재판관의 선고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여기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앞서, 일부 연설문의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았을 뿐이며, 최 씨는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 주는 역할이었다고 밝혔”다며 지난해 10월 25일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습니다”라고 했던 박근혜의 1차 대국민 사과 장면을 덧붙였습니다. 다음으로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대해서도 헌재는 사실상 두 재단이 주로 최순실 씨의 사익 추구에 이용됐다고 봤”다면서, 여기에는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지난해 11월 2차 대국민사과), “경제공동체라는 말을 만들어냈는데 그건 엮어도 너무 억지로 엮은 것”(지난 1월 정규재TV인터뷰) 등 2개의 박근혜 해명을 달아줬습니다.
MBC의 보도 구성 자체가 ‘헌재의 선고’를 먼저 보여주고 여기에 ‘박근혜의 해명’을 붙이는 식이어서 마치 합리적인 논박인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MBC는 보도 말미에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거나 “박 전 대통령이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주요 파면 사유 중 하나인 '헌법 수호 의지 부족'으로 해석”했다면서 ‘헌재가 해명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히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헌재가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묘사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헌재는 사실관계로서 암묵적으로 박근혜의 해명을 반박‧비판했기 때문입니다. 헌재는 선고문에서 “피청구인에게 보고되는 서류는 대부분 부속비서관 정호성이 피청구인에게 전달하였는데, 정호성은 2013년 1월경부터 2016년 4월경까지 각종 인사자료, 국무회의자료, 대통령 해외순방일정과 미국 국무부장관 접견자료 등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문건을 최서원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최서원은 그 문건을 보고 이에 관한 의견을 주거나 내용을 수정하기도 하였고, 피청구인의 일정을 조정하는 등 직무활동에 관여하기도 하였습니다”라고 밝혔는데 이는 “일부 연설문의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았을 뿐이며, 최 씨는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 주는 역할”이라는 박근혜의 해명을 증거를 들어 반박한 겁니다. 무엇보다 이미 파면이 선고됐고, 박근혜의 3차례에 걸친 대국민사과 및 정규재TV인터뷰가 모두 거짓임이 자명한 상황에서, MBC가 어째서 그 내용을 헌재에 대한 반박처럼 보도해줬는지 의문입니다.
6. 책임 소재 흐리는 ‘불복 프레임’, TV조선은 ‘노무현 탄핵’까지 끌어와
‘탄핵 찬반 세력이 모두 불복을 내비치니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던 위기’라는 주장은 조선일보가 지난 2월 24일부터 내놓은 프레임입니다. 당시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와 3면, 사설에서 ‘태극기‧촛불 일촉즉발’, ‘탄핵 선고에 각 집단이 승복하지 않을 것’, ‘어떤 결과가 나와도 혼란’이라는 주장을 반복했고 결론적으로 ‘승복’을 강조했습니다. KBS도 <탄핵 찬반 대립…불복 시 국가적 위기>(3/8 https://bit.ly/2mXTKNp)에서 똑같은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러자 탄핵 선고를 하루 앞둔 9일에는 TV조선이 이러한 ‘승복 프레임’의 바통을 이어 받았습니다.
TV조선 <앵커칼럼>(3/9 https://bit.ly/2mO7ppF)에서 윤정호 앵커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뒀을 때”의 일화로 운을 뗐습니다. 당시 김수환 추기경이 “탄핵문제로 국론이 분열돼선 안 됩니다. 헌재 판단을 차분하게 기다립시다”라며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당연히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했는데, 함세웅 신부가 “추기경 생각은 시대착오적”, “노 대통령에 큰 사랑과 기대를 갖고 있다. 한나라당은 소수로 전락할 것”이라며 “정치성향을 뚜렷이 드러내며 거친 말로 공격”했다는 겁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두 종교인의 일화까지 가져온 윤 앵커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반대쪽의 반발이 지금과 달리 극단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고 “헌재 선고에 승복하지 않으면 나라는 걷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들 것”이기 때문에 “광장의 군중이 흥분하고 분개할수록, 정치 지도자들은 오히려 냉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 함세웅 신부까지 비판하면서 ‘헌재에 승복’ 강조한 TV조선(3/9)
그러나 함세웅 신부가 김수환 추기경을 부당하게 공격했다는 TV조선의 주장은 실제 발언과 맥락이 다릅니다. TV조선이 인용한 일화는 2004년 1월, 함세웅 신부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한 발언으로 촉발됐습니다. 당시 함 신부는 “김 추기경은 시대의 징표를 제대로 읽지 못하셨습니다. 김 추기경께 정보를 건네주는 분들의 한계입니다. 그 분의 ‘참으라’는 말씀은 불의한 독재시대에 권력자들이 늘 했던 표현입니다. 그분의 사고는 다소 시대착오적이라고 판단됩니다”라고 했습니다. 함 신부는 ‘김 추기경께 정보를 주는 분들’을 비판했고 김 추기경의 ‘참으라’는 말에 문제의식을 느낀 겁니다. TV조선은 이런 사실관계는 쏙 빼버리고 ‘함 신부가 김 추기경을 공격했고, 김 추기경은 그것마저 참아낸 어른’이라고 제멋대로 해석한 겁니다.
무엇보다 불복을 주장하는 것은 탄핵 찬성이 아니라 반대 측에서 일방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음에도 TV조선은 이런 상황을 알리지 않습니다. JTBC는 <친박, D-1에도 ‘여론전’>(3/9 https://bit.ly/2m9ljis)에서 친박 측의 불복 주장을 전했습니다. 김진태 의원의 “자유한국당 이른바 강성 친박계 의원들은 탄핵 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오늘도 막판 탄핵 반대 여론을 조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면서 “검찰이 이미 문제가 없다고 밝힌, JTBC가 보도한 태블릿 PC를 다시 거론하며 탄핵 심판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주장, “결과에 승복하고 말고는 국민 개개인이 판단할 일”이라는 김평우 변호사 주장을 전한 것입니다. 이런 극단적 발언들은 전하지도 않으면서, 마치 국민 모두가 불복을 주장하는 것인 양 싸잡아 우려하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7. 이병기 전 국정원장 “국정원, 보수단체에 자금 지원” 실토, JTBC만 보도
탄핵 심판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특검의 수사 결과가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한겨레는 9일 <이병기 전 원장 “국정원, 보수단체에 돈 댔다” 실토>(3/9 https://bit.ly/2mnveDR)라는 단독 보도를 통해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지난 1월 특검 조사에서 국정원의 보수단체 지원과 관련해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은 예전부터 해오던 일이다. 기조실장한테 그런 내용에 대해 보고받았지만, 계속 그런 지원이 있어왔기 때문에 국정원장이 굳이 터치할 입장은 안 됐다”고 말한 사실을 전했습니다.
이명박‧박근헤 정부 9년 내내 의혹만 무성하던 정부의 관제데모 및 여론 조작 의혹을 처음으로 당사자가 인정한 겁니다. 특검은 지난 6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서 ‘박근혜 정부 화이트리스트’를 거론하며 최근까지도 정부가 친박 단체의 집회를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또는 세월호 참사를 다뤘다는 이유만으로 문화예술인들의 밥줄을 끊었던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도 심각한 헌법 위반이지만, 오로지 친박 단체에만 돈을 주면서 관제데모를 지시하는 일도 똑같은 민주주의 유린입니다.
한겨레의 단독 보도가 나온 9일, 7개 방송사 중에서는 JTBC만 이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JTBC <“친정부 단체 지원, 예전부터…”>(3/9 https://bit.ly/2nl
e5YW)는 “국정원이 친정부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는 이병기 전 원장의 진술을 보도하면서 “조(윤선) 전 장관이 정무수석으로 취임한 이후 어버이연합 등을 통해 반세월호 집회를 열도록 한 정황”까지 언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