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이제는 구미 봉변도 문재인 탓? TV조선의 기막힌 논리
2017.01.08~09
등록 2017.01.12 17:27
조회 792

 8~9일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는 경북 구미를 방문한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지지단체인 ‘박사모’ 회원들에게 봉변당한 사건을 다뤘습니다. 일부 극우 단체가 문 전 대표에게 조직적인 폭력을 행사한 것입니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1/9)은 이조차 “(문 전 대표가) 일부러 나가서 이 성난 군중 속에 자기를 파묻히게”했다며 폭력의 책임을 문 전 대표에게 돌렸습니다. 

 TV조선 <이봉규의 정치옥타곤>(1/8)에는 서경석 목사가 출연했습니다. 서 씨는 각종 사안에 대해 극우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아, 기존 출연진들마저 당황시켰습니다. 주요 발언 내용은 “블랙리스트가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블랙리스트가) 헌법 위반이라니 그런 위법이 어딨나”, “태블릿은 조작이라는 게 명명백백히 드러났다”, “검찰에 맡길 일이 아니다” 등입니다. 김진 씨에 이어 또 다른 헛소리꾼으로 제대로 등극하고 싶은 과욕이 있나봅니다. 

 

1. 이제는 구미 봉변도 문재인 탓? TV조선의 기막힌 논리

 

 지난 8일 경북 구미를 방문한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지지단체인 ‘박사모’ 회원들에게 봉변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구미 시청 주차장에서 문 전 대표가 탄 차량을 박사모 회원 2백여 명이 막아선 것입니다. 이들은 미리 준비한 확성기로 “문재인 평양 가라”, “문재인은 빨갱이”라고 외치며 욕설을 하고 참모들을 향해 흙과 쓰레기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일부 극우 단체가 문 전 대표의 간담회 일정에 맞춰 조직적인 폭력을 행사한 것인데요.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1/9)은 이조차 “(문 전 대표가)일부러 나가서 이 성난 군중 속에 자기를 파묻히게”했다며 문 전 대표에게 책임을 돌렸습니다.

 

 <김광일의 신통방통>의 진행자 김광일 씨는 “저런 장면(문 전 대표의 봉변)을 보면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문재인 전 대표가 시청 청사 안에 있을 때 이미 비서들이 와서 밖에 화난 박사모 군중들이 있다. 이거 다 보고를 받았을 텐데도 마치 일부러 나가서 이 성난 군중 속에 자기를 파묻히게 하거든요. 왜 저러는 겁니까?”라는 황당한 질문을 던집니다. 문 전 대표가 의도적으로 봉변을 당했다는 것은 기정사실화한 채, 문 대표는 왜 저러는 거냐고 정미경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물은거지요. 이런 ‘개떡 같은 질문’에 정 씨는 또 ‘찰떡같이’ 대답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 힘이 빠지고 추락하니까 이제는 뭐냐 하면 그 힘이 이제 나한테 오는 거잖아요. 그리고 본인이 이미 대통령 되셨다니까요. 얼굴 표정에 다 나타나잖아요, 그냥. 대통령이에요. 그러니까 이제 나한테 까부는 사람들. 내가 이제 더 강하게 주먹도 좀 날리고 내 힘도 쓰겠다, 지금 그런 자신감의 사실 표현이에요, 어떻게 보면.(중략) 그러니까 점령군이 하는 것처럼 하잖아요. 점령군이 하는 것처럼”이라고 말이죠. 

 

0.jpg
△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구미에서 일부러 박사모에게 봉변을 맞았다고 비난한 TV조선<김광일의 신통방통>(1/9) 화면 갈무리

 

 문제는 정 씨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토론자들의 반응도 한결같았는데요. 백대우 기자는 “정말 대권 의지가 충만하고, 지금 이 정도의 에너지와 힘을 갖고 있으면 저쪽에 가서도 내가 충분히 견뎌낼 수 있고 역으로 그런 걸 더 이상 나한테 하지 말라 라는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다 라는 걸 계산을 하고 가셨을 겁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선우정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저게 친노, 친문이라고 하는 정치세력의, 아주 나쁘게 표현하고 싶지 않지만, 하나의 정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아예 문 전 대표가 당한 봉변을 친노 패권으로 진단합니다. “(친노, 친문세력이)갈등에 갈등을 얹어서 갈등을 증폭을 시키는 거죠”라는 이유를 대는데요. 이러다 TV조선은 문 전 대표가 그냥 숨만 쉬어도 ‘비난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 전 대표가 구미에서 봉변을 당했던 당시 상황을 짚어 보면 문 전 대표는 주차장에서 차량에 탑승하고 있었습니다. 정치인에 반대하는 시민이 모여 있다고 해서 차량을 둘러싸고 차량에 발길질하거나 차량 앞에 드러누워 진행을 막을 거라고는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한 달간 1천만의 시민이 촛불을 밝히고 일부 단체의 맞불 집회가 석 달 가까이 있었지만, 물리적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진행 돼 온 것을 생각하면 말입니다. 하지만 박사모 회원들은 25분간 범죄에 가까운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또 이들은 ‘문재인이 구미시청에서 간담회를 한다고 하니 구미 시민 전체가 일어나 저지해달라’는 글을 사이트에 올려 사전준비를 통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시민의 의사 표현이라 보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러나 <김광일의 신통방통>의 출연자들은 진행자 김 씨를 포함해 모두 문 전 대표가 ‘의도적으로’ 갈등을 일으켰다고 주장합니다. 참 기묘한 의견일치입니다.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성주를 방문한 황교안 총리 일행의 차량이 성난 시민과 충돌했을 때, <김광일의 신통방통>은 ‘감금’, ‘국정 마비’등의 표현을 써 가며 황 총리를 두둔한 바 있습니다. 문 전 대표나 황 총리나 비슷한 상황에서 봉변을 당했는데도 말이죠. 또, 7월 18일 방송에서 김광일 씨는 “다른 나라에는 없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직업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시위전문. 시위전문가라는 이런 직업입니다”라며 성주 시민을 전문시위꾼으로 몰아가기도 했습니다. 같은 논리를 왜 문 전 대표에게 적용하지는 않았는지 의문이네요.

 

2. 서경석, 기승전 ‘JTBC 태블릿 조작 사건’ 

 

 새누리당에 입당한 서경석 서울조선족교회 담임목사가 TV조선 <이봉규의 정치옥타곤>에 출연했습니다. 서 씨는 그간 극단적인 발언들로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21일 MBC <100분토론>(12/21)이 대표적입니다. “촛불세력의 핵심은 종북 좌파 세력”, “광화문에 시민들이 뛰어나오는 이유는 문재인이 대통령 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위기의식 때문”등의 극우적인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서 씨는 이번에는 TV조선 <이봉규의 정치옥타곤>(1/8)에서도 여전한 편향적 시각을 전했습니다. 서 씨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왜 블랙리스트가 문제가 되는지를 전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란 입장을 밝혔습니다. “우리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문화 예산이 압도적으로, 거의 90% 이상이 전부 좌파로 넘어갔”다는 게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이념으로 재단해 예술문화계 인사를 탄압한 증거는 없습니다. 여당과 보수언론의 추정일 뿐입니다. 서 씨는 명확한 근거도 없이 ‘예술계의 좌경화’를 단정하더니 블랙리스트의 필요성까지 강변합니다. “국가가 문화 예산을 지출할 때 이 결과가 이념적으로 좌우 배분이 얼마나 균형이 있는가를 파악하지 않고 그냥 하는 국가는 그건 무능한 국가”라는 것입니다. 이를 전제로 “한편으로 치우쳤으면 ‘이거 치우쳤으니까 교정해야 된다’ 하는 노력을 반드시 해야 되는데 그걸 왜 공격하느냐 이겁니다. 나는 이해가 안 갑니다”라며 블랙리스트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을 지탄했습니다. 진행자 이봉규 씨가 “사회의 의견은 법에 위반되는 것을 문체부에서 하면 안 된다”라 지적하자, “조사와 파악을 하는 것을 헌법 위반이라고. 그런 헌법 위반이 이 세상에 어디에 있습니까?”라며 화를 냅니다. 진행자 이봉규 씨의 말대로 블랙리스트는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적인 헌법을 무너뜨리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정부가 사상과 입맛에 맞춰 예술가들의 창작 자유가 침해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서 씨는 ‘이념’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모자라 이념 균형을 맞추는 게 당연한 정부의 역할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서 씨는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이란 보수 단체의 집행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활동 중 하나는 대검찰청 앞에서 ‘JTBC 수사를 촉구하는 규탄집회’를 여는 것입니다. 서 씨가 이날 방송에서 많이 언급한 것 역시 ‘JTBC의 태블릿’입니다. 다른 주제를 이야기하다가도 ‘태블릿PC는 조작되었다’로 끝맺음하기 일쑤였습니다. 예컨대 최태민 씨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갑자기 서 씨는 “국정농단을 갖다가 제일 먼저 얘기한 것이 뭐냐하면 JTBC입니다. JTBC가 최순실의 태블릿PC를 갖다가 공개를 해가지고 거기 나온 내용들을 다 보여주면서 ‘이렇게, 이렇게 국정농단을 했다’고 그랬는데. 그 태블릿PC가 말이죠. 그게 완전히 조작이라고 하는 것이 아주 명명백백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래가지고 실제로 손석희 사장이 말이죠. JTBC에서 맨 처음에 ‘태블릿PC 국정농단이다’라고 한 보여준 것이 태블릿PC가 아니라 JTBC의 와이드 인터뷰, PC ‘와이드 스크린’이었습니다. 그 태블릿. JTBC의 소유의 것이었습니다”라며 JTBC가 태블릿을 날조했다고 주장합니다. 

 

 국정농단의 실체를 최초로 드러낸 태블릿 PC를 부정해 결국 국정농단 자체를 부정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주장의 근거는 ‘손석희 사장’의 태블릿 보도 화면이 태블릿PC 화면이 아닌 모니터란 것입니다. 이는 극우 사이트에서 ‘태블릿 조작설’을 제기하며 내세운 근거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JTBC <뉴스룸>(1/11)에선 이 논란에 대해 ‘파일을 컴퓨터로 모두 복사해 옮겼다, 200여 개의 파일을 한 화면에 보여주고자 대형 모니터에 띄워 촬영했다’고 밝혔습니다. ‘파일 조작 흔적이 없다’는 검찰의 입장도 함께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봉규 씨가 “검찰에 맡기”자며 논란을 정리하려고 하자, 서 씨는 “너무나 명명백백한 증거를 만들었다”, “검찰에 맡길 일이 아니다”고 덧붙입니다. 아예 ‘태블릿PC 조작 사건’이라 명명하기도 합니다. 이것 역시 ‘검찰과 JTBC가 짰다’는 일부 보수 단체의 주장과 일치합니다. 검찰이 수사를 외면하고 있다, 검찰도 못 믿겠으니 태블릿을 외부 기관에 맡겨 검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최순실은 태블릿 PC를 사용할 줄도 모르는 컴맹”이라고 옹호하기도 합니다. 이봉규 씨가 “나중에는 또 사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말하자, “그건 생거짓말입니다”라 답합니다. 고영태, 노승일, 최순실 씨 집에서 일한 가정부 등이 이미 최순실 씨가 태블릿을 사용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서 씨는 ‘사용한 적도 본 적도 없다’는 최순실 씨의 근거 없는 모르쇠만이 진실이라 주장하면서도,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TV조선은 방송 중간에 “출연자 개인의 의견으로 TV조선 제작 방향과 무관합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냈습니다. 

 

 11일 특검은 최순실 씨가 썼다는 또 다른 태블릿PC를 공개했습니다. “태블릿 없다, 쓸 줄 모른다”던 최순실 씨의 주장, “태블릿은 JTBC가 조작한 것”이란 극우 단체 그리고 서 씨의 주장이 또 한 번 거짓으로 드러난 셈입니다.

 

* 민언련 종편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monitor_20170112_02.hwp

<끝>
문의 김유나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