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청와대 행정관과 방통위 과장의 ‘술접대·성접대’ 사건 관련 논평(2009.3.30)청와대 직원들이 성매매를 저질렀다는 자체가 크나큰 충격이지만, ‘성매매’만 문제 삼아서는 안된다. 부적절한 접대를 주고받은 사람들의 면면을 고려할 때 ‘대가성 로비’ 여부를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 방통위는 술접대 자리에 ‘티브로드’ 간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자, 31일 방통위 전원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었던 ‘티브로드’와 ‘큐릭스’의 합병 승인 심사를 연기하기로 했다. ‘대가성 로비’, ‘업계와 담당공무원의 유착’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심사를 연기한 것 아닌가?
청와대 행정관과 방통위 과장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있는 업체로부터 술접대는 물론 ‘성접대’까지 받았다면 이는 명백한 ‘권력형 비리’이며 철저한 수사로 형사처벌 해야 할 사안이다. 청와대, 방통위 관계자들에 대한 업계의 또 다른 ‘대가성 로비’는 없는지도 조사해야 마땅하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 행정관들과 방통위 과장의 부적절한 행위는 ‘개인의 도덕성 문제’라고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이명박 정권 들어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야말로 ‘절대권력’이 되었다. 공영방송 사장 축출, 언론계의 수많은 ‘낙하산 인사’ 내려보내기 등등 일련의 방송장악 시도의 핵심에 대통령과 청와대가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재벌과 조중동의 방송뉴스 진출을 터주겠다는 ‘언론악법’이 정권의 강력한 의지라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언론정책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청와대 직원들을 향한 음험한 로비가 만연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최시중 체제의 방통위’는 또 어떤가? 정치적 독립성이 생명인 방통위는 ‘합의제 기구’로서의 정체성을 완전히 상실하고, 정권의 언론장악에 들러리 서는 기구로 전락했다. 이런 방통위에서 방송 관련 정책들이 투명하게, 민주적으로 논의되고 결정될 리 만무하다. 투명성과 민주성이 사라지고 오직 ‘정권의 의중’만이 통하게 된 방통위에 업계의 로비가 뻗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해당 행정관의 사표를 받고, 직원들에게 ‘금주령’, ‘룸살롱 금지령’ 따위의 조처를 내리는 선에서 파문을 수습하려 하고 있다. 경찰도 이번 사건을 ‘단순 성매매 사건’으로 다루면서 ‘대가성 로비’ 수사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들도 소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특히 조선일보는 30일 이번 사건과 관련한 기사를 한 건도 싣지 않았다. 방송3사도 28일에는 이 사건을 ‘청와대 행정관 성매매 혐의 적발’로 단순 보도하고, ‘공직기강 확립’ 등 청와대의 대처를 전하는데 그쳤다.
우리는 언론, 특히 방송3사에 강력히 촉구한다. 언론이 적극적으로 나서 이번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고,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려야 한다. 최근 방송3사 보도에서 이명박 정권에 불리한 보도, 정권의 잘못을 비판하는 보도를 점점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이번 사건 정도를 적극적으로 취재하고,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다면 이명박 정권 아래 방송3사가 할 수 있는 ‘권력 감시’, ‘권력 비판’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판받지 않는 권력’이 우리 사회를 망가뜨렸을 때 ‘비판하지 못한 언론’도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