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칼럼_
윤석열 파면은 TBS를 살릴 수 있는 시작이다
송지연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장)
등록 2025.04.03 17:42
조회 305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 신호탄, TBS 폐국

 

TBS 폐국 막아달라 기자회견)0426.jpg

▲ 2024년 4월 26일 오후 서울시의회 앞에서 TBS 직원과 가족 일동이 ‘TBS 폐국을 막아달라’고 요구하는 피켓팅을 진행했다. ⓒ오마이뉴스

 

서울시미디어재단 TBS는 지난해 5월 말 서울시 지원이 끊겼다. 이후 3개월 간 전직원 대상 무급휴가제를 실시했고, 사실상 무급휴업에 들어갔다. 예산은 전면 삭감됐고,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폐지됐다. 방송 기능과 조직은 붕괴 직전이며, 직원들은 고용 불안을 넘어 생계 위협을 체감하고 있다.

 

이 상황은 단지 TBS만의 위기가 아니다. TBS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가장 먼저 실질적 타격을 입은 공영방송일 뿐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폐지를 시작으로 TBS는 서울시의 정치적 의도 아래 구조조정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KBS 탄압을 겨냥한 수신료 분리징수, MBC 장악 시도, YTN 사영화 추진 등과 궤를 같이한다. 형태는 달랐지만 본질은 같았다. 정권에 불편한 언론을 제거하는 기획이었다.

 

TBS는 언론장악의 첫 실험장이었다. 2022년 11월 TBS는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이 주도한 서울시의회 지원조례 폐지로 서울시 재정 지원이 끊겼다. 설상가상 2024년 9월 11일 서울시가 TBS 출연기관 지위를 박탈한 후 예산 지원은 중단되었고, 공적 기능은 하나씩 해체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언론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방송을 무력화하는 구조적 결정 대부분은 서울시장의 판단 아래 이뤄졌다. 정치적 목적을 감춘 행정적 언론 해체였다. 그 결과, 시민들은 더 이상 서울시 행정을 감시하고 재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뉴스를 볼 수 없게 됐다. 지금 서울에는 서울시를 비판하는 방송이 없다.

 

윤석열 파면 이후 다시 만들 세상

 

tbs 1인시위 쇼츠.png

▲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송지연 언론노조 TBS 지부장 ⓒ언론노조 유튜브

 

그러나 나는 여전히 믿는다. 윤석열 파면은 TBS를 살릴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정권이 의도적으로 설계한 언론 파괴의 흐름이 중단된다면, 첫 희생양이었던 TBS는 복원될 수 있다. 권력에 의해 무너진 방송이 시민의 손에 의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신호가 필요하다.

 

TBS 구성원들은 지금도 싸우고 있다.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며 “시민의 방송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달라고 말하고 있다. 무급 상태에서도 공영방송의 가치를 붙잡고 있다. 방송은 시민의 권리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TBS는 단지 하나의 방송사가 아니다. 공영방송이 권력에 의해 어떻게 해체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자 그 과정을 되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의 이름이다.

 

윤석열 파면은 그 가능성의 문을 여는 첫 열쇠다. TBS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시민이 그렇게 선택한다면.

 

*민언련칼럼은?
<민언련칼럼>은 시민사회·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진단과 언론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글입니다.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편집자주